무심코 이치마츠를 유괴해버린 나르시스트 카라마츠와, 유괴되어도 꽤 여유로운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평범하게 대하는 이야기. 제목대로 푹신푹신한 유괴 외금 생활 하고 있습니다. 카라마츠만 형제가 아니라는 설정. 그리고 모 기생충의 집이 도쿄가 아닌 곳에 있습니다. 죄송.


유괴감금의 야한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너 진짜 감금된 거 맞아? 엄청 여유롭네? 같은 이야기도 좋아해서 후자를 목표로 썼습니다. 살벌하지만 달달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항상 살벌이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달달하고 꽤 현실적인 느낌으로 쓴 것 같습니다.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 빠르게 쓰고 빠르게 올려서, 말도 안 되는 오타나 모순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카라이치가 너무 좋아서 마츠2기 기다리고 있습니다.


*




「오늘 말이야~, 도플갱어랑 만났는데」


장남의 엉뚱한 발언은 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장남을 제외한 다른 형제는 그 엉뚱한 말에 특별히 반응하지도 않고 묵묵히 저녁을 입에 넣었다. 결국 무시다. 그러나 우리가 장남을 대하는 방법이 엉성한 건 맞지만, 무시당한 당사자에게는 늘 있는 일로는 끝나지 않을 사건인 모양이다. 설마 아무런 반응도 없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장남은 있을 수 없다며 한명 한명의 얼굴을 봤다. 지그시 바라보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반응하면 너무 귀찮은 일에 얽힌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장남이 형제 모두의 얼굴을 본 뒤 약 1분. 생각에 잠긴 장남이지만, 겨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았는지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


「에, 혹시 나 무시당하고 있어?!」

「눈치채는 거 느려」


토도마츠의 쐐기로 무시당하고 있다는 슬픈 현실을 완전히 깨달은 것 같다. 장남은 믿을 수 없다면서 다시 형제를 봤다. 우리한테 말해도 뭘 믿을 수 없는지 모른다. 이 사람의 엉뚱한 이야기에 어울려서 좋았던 적이 없는데 누가 자진해서 목을 넣겠는가.


「거짓말 거짓말! 진짜 무시? 뭐야 너희를 위해 말해줬더니, 무시하는 건 심하지 않아~?!」

「늘 있는 일이야, 시꺼 장남」


떼쓰는 장남에게 쵸로마츠가 짜증내며 시비를 걸었다. 이건 좋지 않은 흐름이다. 쵸로마츠의 명예를 위해 말하지만 자칭 상식인을 사칭하는 그가 항상 짜증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쵸로마츠는 누가 봐도 살기를 낸다. 분명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미 장남의 피해를 받았겠지. 그래서 관종 모드 장남이 말을 건다는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음이 틀림없다. 오소마츠의 얼굴이 관종 모드에서 쵸로마츠 괴롭힘 모드로 바뀌는 것을 체념하며 바라봤다.


「에ー! 쵸로마츠 오늘 평소보다 신랄하지 않아?! 아, 혹시 레이카랑 악수 방해해서 아직도 한이 맺혔냐? 하~~고작 악수 정도로 싫다, 이러니 동정은」

「너도 동정이잖냐!」

「악수하면 레이카랑 섹스할 수 있습니까~? 아니면 쵸로시코스키는 악수만으로 당분간 반찬으로 떼울 수 있다는 소리?」

「레이카가 아니라 냐쨩!!…아ー, 이제 무리! 앞으로 나와 새꺄!!」


역시 귀찮아졌다. 장남의 도발에 넘어간 쵸로마츠를 보고, 나는 내심 큰 한숨을 쉬었다. 차남이 완전히 장남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버린 이상 여기서 선택지는 두 개밖에 없다. 하나는 도플갱어랑 만났느니 하는 장남의 말을 듣거나, 다른 하나는 쵸로마츠의 분노가 폭발해 형제 싸움으로 발전하기를 기다리거나. 후자는 전자보다 상당히 귀찮을 테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도플갱어가 뭐야」


신나서 쵸로마츠를 괴롭히는 장남이었지만, 내가 이야기를 도플갱어로 돌린 순간 좋은 질문이라는 듯 눈을 빛내며 나를 보았다. 쵸로마츠 괴롭히기는 그만둔 것 같지만, 이 얼굴은 끝까지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해방되지 못하는 녀석이다. 무척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 왜냐면 쵸로마츠를 화나게 하는 건 싫고, 더 이상 떠들면 이틀째 카레를 먹는 쥬시마츠의 역린을 건드릴 것 같고, 토도마츠는 얼른 카레를 먹고 휴대폰을 시작했다. 자칭 상식인인 차남이 장남이라는 소용돌이에 뛰어들어 버린 이상 마츠노가 삼남인 마츠노 이치마츠가 어떻게 할 수밖에 없었다.


「도플갱어는 도플갱어지!」

「무슨 마츠 말하는 거야」


동정 괴롭힘으로 분이 풀렸는지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질문을 거듭했다. 말투부터가 아직 화난 것 같지만, 여기서 열심히 듣는 걸 보면 쵸로마츠답다고 생각한다.


쵸로마츠가 무슨 마츠를 말하는 거냐고 묻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다섯 쌍둥이이다. 드문 다섯 쌍둥이 형제. 게다가 모두 남자에 무직이라는 슬픈 현실을 안고 있다. 오소마츠, 쵸로마츠, 나, 쥬시마츠, 토도마츠는 타인이 보면 거의 같은 얼굴이다. 그래서 쵸로마츠의 질문은 어떤 면에서 당연했다. 같은 얼굴이 다섯 개나 있는데 같은 얼굴이 더 있냐고. 도플갱어라면 매일 만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소마츠의 도플갱어와 만났다는 말은, 역시 장난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쵸로마츠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콩트, 도플갱어 같은 별거 없는 놀이를 형제 누군가와 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우리의 생각을 빗나가, 오소마츠는 왠지 신이 나 가슴을 펴고 말했다.


「카라마츠」

「하?」


카라마츠.


「그게 뉘겨」


모르고 진심으로 질문했다. 그게 누구지.


「도플갱어라니까」

「에, 그거 진짜야?」

「진짜라고! 진짜 닮았다니까~굉장하지? 설마 우리가 실은 여섯 쌍둥이인가? 라고 생각했어」


동생 둘의 눈치를 봤지만 둘 다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누구도 장남의 도플갱어 발언에 관련되지 않았다. 그럼 진짜인 걸까? 아니 이 장남이니까 다 새빨간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공의 이름이 순간적으로 나올 정도로, 이 사람이 머리를 굴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즉, 정말 의외로 우리 형제를 빼닮은 마츠가 있다는 걸까. 그렇다면 세상은 좁다. 이름까지 비슷하다니 있을 수 없다.

자신 이외의 전원이 놀란 상황에 만족했는지, 오소마츠 형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만족스러운 표정은 무너졌다.


「아」


정말 부자연스럽게, 꼭 방금 엄청 중요한 게 생각났다는 듯이 "아"라는 장남의 말과 함께.


장남 이외의 마츠는 그 비현실적인 "아"에 머리를 싸맸다. 아무튼 그 "아"는 장남 특유의, 뭔가 뒤가 켕길 때 나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대개 꺼림칙한 일도 가볍게 사과하는 장남이 말하기를 주저할 때는 드물다. 그래서 장남의 "아"가 나온 이상,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슬프다, 이십몇 년 동안 같이 지내면 그 정도는 알게 된다.


「그 카라마츠라는 녀석, 나쁜 놈은 아닌데 실은 호모래~」

「하아?!」

「구라지?!」

「체ーーーー인지!!」


너무나 가볍게 던진 충격적인 사실에 나만 목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마음은 모두와 같았다. 아니 아니 아니 그건 너무 예상 밖 아니야? 꺼림칙한 일이 그거?

같은 얼굴을 한 남자를 호모라고 표현한 업적을 이루자마자 카라마츠라는 존재가 오소마츠가 만든 가공의 존재설이 완전히 사라졌다. 장난으로 같은 얼굴을 한 호모를 낳은 의미를 모르니까, 아마 카라마츠는 존재함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았으니 어쩌냐는 것이다. 그럼 이 이야기는 오소마츠 형의 장난이고, 사실은 카라마츠가 없다는 쪽이 낫다. 그야 남이 보면 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호모라고. 즉 우리 형제 모두가 호모 의혹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뭐야 그거 무서워.


「아니 호모랄까? 그, 심한 나르시스트? 같은? 그러니까 호모인 거야」

「하? 뭐란겨?」


심한 나르시스트라서 호모가 됐다? 잘 모르겠다. 그런 우리 전원의 마음을 쵸로마츠가 대변했다. 뭐라는 거야?

모두에게 주목받는 상황이 좋은지, 장남은 거드름을 피우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귀찮지만 궁금한 건 사실이므로 얌전히 귀를 기울인다.


「카라마츠는 대단해. 자길 엄청 좋아하고 발언은 안쓰럽고. 너무 안쓰러워서 그 녀석이랑 조~금만 말했는데 형아 지금 갈비뼈 개박살났다고?」

「말만 해도 갈비뼈 부러진다고?! 무섭잖아!」

「너도 얘기해보면 안다니까! 진짜 부러져! 뭐, 형아는 갈비뼈가 부러져도 열심히 카라마츠 군이랑 얘기했답니다. 대단하지?」


우리는 잠자코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러자 장남은 아~처럼 뭔가 신음하더니 시선을 이리저리 헤맸다. 곤란하다. 이 남자의 말문이 막히다니 이만저만한 비밀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숨을 삼켰다.


「카라마츠는 나르시스트잖아?」

「아니 모르겠는데」

「그렇다는데. 그럼, 그 나르시스트는, 의미를 모르겠는데, 자기 자신이랑 사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지?」

「응 모르겠어」

「응…나도 모른다고…얼굴이 똑같은 나랑 만난 게 운명이니 뭐니 해서, 형아 고백받았습니다」


무슨 악몽일까. 너무 애통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한순간이지만 장남을 동정했다. 하지만 그런 동정은 어디론가 날아갔다. 왜냐면 그 얼굴은 아직 모든 참회를 마친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개 남자한테 고백받을 정도면, 이 남자는 전원이 모이기 전에 형제에게 맨 처음 보고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 녀석의 머리가 비어있다는 건 형제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 장남이 드물게 말끝을 흐리면서 우리에게 보고하다니, 뭔가 더 말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대체 뭘 숨기는 거야」


나는 재촉했다. 장남은 조금 미안한 얼굴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숨기고 있는 건 아닌데~…거, 남자한테 고백받았으면 당연히 거절하잖아? 그야 난 여자애가 좋걸랑. 기회만 있으면 지금 당장 귀여운 여자애랑 한발 하고 싶고. 그래도 카라마츠는 운명이니 뭐니 하면서 날 안 놓아주더라고, 아니면 그대로 집까지 데려갈 것 같아서 무서웠어~어떻게든 도망가지 않으면 몸이 위험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 그래서 난 그 녀석한테 제안을 했지. 이야~그때의 난 냉정하지 못했으니까~어쩔 수 없어~」


온몸의 털이 서는 것을 느꼈다. 장남이 눈을 피하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설마, 설마 이 녀석.


장남은 죄책감을 느끼기에 질린 듯 눈 돌리기를 멈추고 웃으면서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나, 다섯 쌍둥이라 같은 얼굴이 네 개나 있어. 그래서 다 지켜보고, 너랑 제일 닮은 놈이랑 사귀는 게 좋지 않겠어? 라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동생을 팔아먹은 장남은 나를 포함한 다섯 형제에게 반죽음당했다.





라는 이야기를 한 게 어제. 아마 아직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시간을 모르니까 추측이지만.


「일어났나? 마이 스위트 허니」


아직 하루 안 지났거든. 이런 일이 되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나의 이름은 카라마츠. 자주 헷갈리니 설명하지만 가타카나로 카라, 한자로 마츠다. 잘 부탁하지. 나의 사랑스러운 사람이여」


친애하는 쿠소 장남님.

네 덕분에 나는 무사히 유괴됐습니다. 뒤져.



아마 고양이를 보러 가려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덮쳐졌다고 생각한다. 집을 나온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점찍어둔 아이들과 만난 기억은 없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한 뒤에 어슬렁어슬렁 집을 나오는 나도 나라고 생각하지만, 장남을 줘팼더니 농담을 까먹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역시 이 이야기를 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앞에 닮은 얼굴이 있는 지금의 상황은 확실히 현실이었다.


「기분은 어떻지? 조금 전까지는 새근새근 고이 잠든 얼굴을 나에게 보여줬다만, 지금은 안색이 안 좋군. 물이라도 마시겠어?」

「아니…됐어」

「기다려다오」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녀석이 물을 가지러 가서, 나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방 안은커녕 창문 밖을 바라봐도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기다렸지, 허니」

「…감사」


웃으면서 내민 물을 순순히 받자 남자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었다. 잘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정말 기뻐 보였다.


유괴범에게 받은 물을 머금으며 어제 장남이 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도플갱어라니 농담 말라고 생각했지만, 눈앞의 남자를 실제로 보니 정말 도플갱어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같은 얼굴로만 보일 것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 감탄했다. 도플갱어가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그리고 다시 감탄한 것은 우리의 얼굴이 특별히 잘생기지도 않았고 눈앞의 이 녀석이 잘생긴 것도 아닌데, 이런 초라한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절대로 이해 못 할 감성이었다. 허니라니 죽어도 말 못 한다. 게다가 남자한테.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응?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녀석이 왜 나르시스트가 됐는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우선 탈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유괴라는 비인도적인 일을 당하고 있지만 쇠사슬로 연결되거나 그런 에로  만화 같은 짓은 당하지 않았다. 남자인 내가 그런 짓을 당했다면 일어난 순간 자존심이 부서져 즉사했다.


「여긴, 당신 방…이네요」

「그래. 오늘부터 여기서 같이 살자!」


아, 이 녀석 위험해. 사람 말을 안 듣는 타입이다. 장남에게 들은 대로 마이 스위트 허니는 확실히 안쓰럽지만, 무엇보다 위험한 녀석이라는 걸 순식간에 깨달았다. 잘 생각하면 자기자신과 사귀고 싶다는 시점에서 위험하고, 사람을 납치해놓고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것도 위험하다(나이 먹은 성인 남성이 쉽게 유괴당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더 말하자면 내 의지를 모두 무시하는 것도 큰일이다. 너무 위험하다. 이 녀석을 그렇게 자극해서는 안 된다. 나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면서  발언했다.


「같이…」

「아아, 그렇다! 의식주 무엇 하나 불편하지 않아. 난 의식주로 고생한 적은 없으니까. 너는 내 애인이며 분신이니, 나와 다른 일을 시킬 수는 없잖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물론 입으로 말하진 않지만.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이 표정으로 나왔는지, 날 유괴한 범인은 친절하고 정중하게 설명해 주었다.


「모르겠나 허니?」

「네…」

「그럼 설명하지. 괜찮다, 내가 아는 걸 네가 모를 리 없어. 너는 나고, 나는 너니까」

「…」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네 외모와 쿨한 성격을 사랑하지. 어제…아, 이름을 잊어버렸지만 됐어. 어쨌든 빨간 그의 뒤를 밟아 밤새도록 너희 집에서 모습을 살폈다만, 네가 가장 쿨하고 나이스 가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집에서 나온 네 외모를 보고 확신했지, 운명의 여신은 너와 내게 웃었다…고. 그 목소리는 냉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재촉하는 쿨 가이잖나? 용모도 성격도 퍼펙트하다니, 나와 사귈 수 밖에 없다! 아아, 사랑한다 나!」


세게 안기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녀석은 글렀다. 한시라도 빨리 병원을 소개해줘야 한다. 아니 이런 놈한테 얽히지 말라고 쿠소 장남. 왠지 저항할 힘도 사라졌다. 아마 뇌가 폭발했겠지.


「허나 난폭한 짓을 한 건 정말 미안하다. 믿어다오, 정말 이런 짓을 할 생각은 없었어. 그저 네 모습을 보니 흥분해버려서…뒤에서 세게 안았더니, 힘이 너무 셌는지 네가 기절해서 딱 맞으니 여기로 데려왔다」

「뭐가 딱 맞냐」


무심코 본심이 나왔다.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유괴범은 제가 듣기에 나쁜 말은 안 듣는 멋진 귀를 가진 것 같다. 웃기만 하고 내 발언에 기분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대화는 아주 조금밖에 안 했는데 이 녀석에 대한 인식을 몇분 전과는 좀 바꿔야겠다. 이 녀석은 진작에 위험함을 넘었다. 국가를 흔들 수준의 위험 인물이다. 아니, 쓰레기 니트 하나를 납치한 정도로 허풍 떤다고 생각하지만, 내 작은 세상에서는 메이데이 메이데이. 하지만 아무리 구난 신호를 보내도 도움이 오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내가 얼마 동안 기절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제 오늘로 나의 실종 신고가 나올 리는 없고 부모님도 형제도 기본적으로 드라이하니 잘못하면 한달이나 수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탈출하려면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밖에 없다.


「저, 여기가 어딥니까? 당신의 집 같은 게 아니라, 장소가 어딘지」


내가 도망간다고는 조금도 생각 못 할 남자에게, 일단 시험 삼아 직구로 질문했다. 가까우면 빨리 도망쳐서 집으로 돌아가자.


「여기? 규슈다만」

상상한 수십배나 대이동했다.


「도쿄는 출장으로 간 것뿐이니까. 출장도 어제로 끝이고, 널 여기로 데려왔다」


정말 성가신 일을 해주셨다. 그럼 난 얼마 동안 기절한 거야. 하늘을 우러러봤지만 보이는 건 낯선 천장뿐이라 조금 눈물이 나왔다. 원래 멘탈이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님을 이제서야 생각하고 말았다. 이 녀석이 너무 이상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한 번 슬퍼지니 무용지물이었다. 아아, 도쿄의 부모님. 고양이. 덤으로 형제들이여. 나는 여기서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열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하늘을 보면서 울었다. 에, 왜 이 녀석이 우는 거야. 의미를 모르겠는데. 빨개진 눈으로 유괴범을 보니 놈은 나를 보면서 울고 웃었다.


「드디어 나와 연결돼서, 기쁜 거군」


아니거든.





유괴 첫날은 내가 깨어난 게 밤이었다는 것도 있고, 함께 저녁을 먹는 걸로 끝났다. 저녁을 먹을 때도 놈은 시종 싱글벙글해서, 나 자신을 보면서 먹는 밤은 맛있구나 하고 또라이 같은 감상을 남겼다. 이 녀석에게 가장 중요한 건 똑같이 생긴 녀석이랑 먹는 거겠지. 그래서 내가 놈의 말에 맞장구를 치지 않아도 딱히 기분이 상한 기색이 없었다. 성격도 퍼펙트라고 낮에 말했지만, 내 내용물은 결국 상관 없는 게 뻔하다. 즉 내가 유괴된 이유는 어제 제일 먼저 집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 녀석이 장남의 입발림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내가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으면, 애초에 장남이 이 녀석과 사랑의 도피든 뭐든 시작했으면 이런 일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장남에 대한 살의밖에 없다.


저녁은 카라아게였다. 나는 카라아게를 좋아한다고 맛있게 먹는 모습은 유괴범이 아닌 순진한 아이 같았지만 역시 유괴범이므로 공포만 느낀다. 하지만 유괴범이 내준 음식을 먹는 나도 상당히 배짱 있다. 여유롭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여유롭지 않다. 눈앞에 고양이 한 마리라도 보이면 울 정도로 불안정하다. 그럼 왜 태평하게 카라아게를 먹냐고 물으면, 내게는 아직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일하시나요」

「아까부터 생각했다만, 존댓말은 그만두지 않겠나? 난 존댓말이 서툴러서 너도 서투르잖나?」

「…내일 일해?」

「아아. 하지만 아마 7시에는 돌아올 거라 생각하니 안심해다오! 내 귀가를 기다려주는 네가 집에 있다니, 지금부터 돌아오는 게 기대된다!」


얼굴도 변하지 않고 말하는 소리는 엉망진창이지만, 뭐 상관없다. 그래, 이 녀석은 우리랑 같은 얼굴인 주제에 훌륭하게 일하는 모양이다. 집에 걸린 양복을 보면 평범한 직장인이겠지. 이건 나에게 매우 안성맞춤이었다.


「알았어」

「모처럼 이어졌는데 미안하군. 내가 없는 시간은 무척 지루하겠지만, 만나지 않는 시간이 사랑을 키운다고도 한다. 나만을 생각하며 기다려다오」


아니 안 와도 돼. 내가 나갈게. 내일은 제일 먼저 친정에 연락해서 내가 처한 상황을 전달하자고 생각하며 저녁을 다 먹었다. 드라이한 형제들이 있지만 한 명이 납치됐으니 조금은 도우려고 하겠지. 규슈는 너무 멀리 있으니까 하루는 도움이 안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떻게든 된다. 남자가 남자한테 납치당한 안건으로 경찰에 신세를 지고 싶지는 않으니 어떻게 해줘 형제. 아니 장남은 나를 도울 의무가 있다. 

나는 형제들에 대한 믿음과 내일의 희망을 품고 잠이 들었다.




여차하면 형제가 동료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남은 노답 쓰레기였다. 다른 형제는 몰라.


다녀오세요 뽀뽀를 조르는 유괴범을 진심으로 거부했지만 결국 거부하지 못해 볼 키스로 용서하고, 깊은 절망 속으로 녀석을 쫓아낸 뒤 바로 공중전화를 찾는 여행을 떠났다. 이 시대에 공중전화는 좀처럼 없지만 1시간 정도 주변을 방황하니 찾을 수 있었다. 바지 주머니에는 기적적으로 동전이 몇 개 들어 있음을 어제 확인했으니 정든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안 받으면 어쩌나, 호출음이 울리는 동안 굉장히 두근거렸지만 친정에 연결된 순간 솔직히 조금 울었다.


「여보세요, 나 이치마츠인데」

「아? 이치마츠?」


지금 생각하면 최악이지만, 전화를 받은 건 붉은 악마였다.


「오소마츠 형? 그,」

「아침 일찍 전화 걸지 말라고~그럼 안녕―」


지금만큼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적이 있을까, 아니 없다.


목소리와 태도로 나타난 노답력은 아무리 생각해도 장남이다. 너무 평소 같은 녀석은 나의 희망을 몇 초로 잘라냈다. 없는 백 엔이 완전히 없어진 순간이었다. 물론 거스름돈은 나오지 않는다. 공중전화를 바닥에 내리칠 뻔했지만 아직 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공중전화에 화풀이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지금 건 운이 나빴을 뿐. 쿠소 장남 이외라면, 제일 노답 쓰레기 이외가 전화를 받으면 내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 남은 동전 10엔 두 개와 1엔짜리. 즉 기회는 앞으로 두번. 단 두번, 그러나 두번. 

나는 아까보다 떨리는 손으로 친정 번호를 눌렀다.


「네 네 네~! 쥬시마츠임다!!」


받은 것은 한 살 아래 동생 쥬시마츠였다. 솔직히 말한다.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 쥬시마츠, 나 이치마츠인데」

「아하~! 이치마츠 형임까! 응? 이치마츠 형? 이치마츠 형…오오오 이치마츠 형!!」

「응, 그래 이치마츠 형. 저기」

「잇치마츠 형! 이치마츠 형~!!」

「아니, 저, 쥬시마츠」

「이치마츠 형 전화다ーーー!!!!」

「에, 아, 쥬시,」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



지금 건 공중전화도 분위기 읽고 노카운트로 해줬으면 한다. 10엔으로 이야기를 한다니 뻔하지만, 이리 의미 없는 전화가 일본에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별거 아닌 전화였다. 뭐 쥬시마츠가 나온 시점에서 나의 패배는 결정되어 있다. 지금 건 내 잘못이다. 내 운이 나쁘다.


「아직, 아직 한 번 남았어」


나는 완전히 멈추지 않는 떨림을 필사적으로 누르며 전화번호를 눌렀다.


「네, 후츠마루입니다」

「누구냐고!」


나는 수화기를 본체에 던졌다. 예전부터 설치된 공중전화에 금이 간 게 보였지만 상관없다.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누른 탓에 헷갈린 모양이다. 마지막은 어떻게 봐도 내 실수였다. 후츠마루 씨의 잘못이 아니다. 한줄기 희망을 걸고 다시 주머니를 뒤져도 10엔이나 100엔도 없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완전히 답이 없다.


「망했다…」



망했다. 진짜 망했다. 이렇게 되면 최종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남자가 남자한테 유괴당했어요(양쪽 다 성인인 호모 안건)라니 무슨 악몽이야 라는 느낌이지만, 내게는 경찰서에 갈 길밖에 남지 않았다.


「하아…」

「잠깐, 자네」


경찰에 뛰어든 자신의 한심한 모습과, 경찰서를 찾는 수고를 생각한 나의 등에서 누가 말을 걸었다. 설마 공중전화에서 누가 말을 걸 줄은 생각지도 못한 나는 몸을 움찔하며 고양이처럼 재빠르게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 있는 것은 내가 지금 바로 생각한 존재였다.


「겨, 경찰」

「그래, 경찰」


다행이다. 찾을 시간이 절약됐다. 경찰 신세를 지기는 싫지만 눈앞에 보이니 안도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살았다. 내 운도 아직 쓸만하다. 내 경계를 풀기 위함인지 싱글싱글 웃는 50대 정도의 아저씨, 경찰이 아니라 천사처럼 보였다. 그리고 천사 아저씨는 입을 연다. 나를 돕기 위한 말이 틀림없어, 나는 울먹이며 그 말을 기다렸다.


「아까 우연히 봤는데, 그건 자네가 한 거지?」

「예?」


그리고 천사가 가리킨 것을 보니 아무 도움도 안 된 공중전화가 있었다. 그게 왜?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면서 다시 천사의 얼굴을 보니 그 얼굴이 아까의 미소와는 다르게 바뀐 것을 보고 눈치챘다. 그 미소는 천사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악마의 미소이다.


「기물파손이라고 알고 있나?」

「…아!」


과연, 이해했다.


「알고 있나?」

「………죄송합니다!!」

「아, 자네! 도망가지 마!」


이 상황에서 도망가지 말라고 해서 도망가지 않는 녀석도 없을 것이다. 아니 보통 도망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튀겠습니다. 경찰 옆을 약삭빠르게 빠져나가 달렸다. 그야 거기에 머물면 확실히 경찰행이다. 몇 분 전까지 경찰서에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갈 수 없다.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완전히 내 잘못이라 발뺌도 못 한다. 무슨 배드 타이밍일까. 아아, 그 공중전화 때문이다. 후츠마루 씨 같은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를 걸어서. 아니 그 이전에 장남이 받은 게 잘못이다. 장남 진짜 뒤져라.


나는 울면서 달렸다. 기물파손. 현장 도주. 다시는 경찰서에 못 간다. 이대로 밖에 있는 것도 무섭다. 도망칠 곳은 아쉽게도 하나뿐이었다.




「꽃을 즐기는 건 무척 좋은 일이다. 난 장미를 좋아한다만, 이 화단에는 장미가 없는 게 섭섭하군. 너도 그렇지?」

「하하하…」


울면서 유괴범의 집에 돌아온 나는 자동 잠금장치라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벽에 막혔다. 그래서 아파트 앞에 심은 꽃밭의 꽃과 일체화하면서, 비참하게 경찰에 떨면서 유괴범의 귀가를 기다렸다.


「다녀왔어」

「……어서 와」


매우 본의 아니게, 마츠노 이치마츠, 한동안 이곳에서 신세 집니다.





이 녀석은 유괴했다는 자각은 추호도 없는지, 내가 밖에 나간 데에 관해서도 화내지 않았다. 화를 내기는커녕 공감해줬다. 확실히 날씨가 좋은 날에는, 다리 위에서 걸즈의 열렬한 어프로치를 기다리고 싶은 법이라는 말에는 전혀 찬성하지 못했지만, 기분을 흐리는 것은 피하고 싶어 굳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도 좋아하는 주제에 자기랑 사귀고 싶다니, 이 녀석에 관한 수수께끼는 깊어졌다.


「오늘 같은 일이 있으면 불편하겠지. 그래, 여벌 열쇠를 만들까」

「괜찮아」


확실히 밖에 나갈 때는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여벌 열쇠를 가지면 동의 상에서 함께 사는 것 같아서 싫었다. 여기에 들어온 건 분명히 내 의지지만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므로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있을 뿐이다. 꼼짝없이 오늘도 건강하게 카라아게를 먹고 있을 뿐이다. 카라아게 맛있어.


「아니지!!」


아니 아니 아니, 이상하잖아. 이럴 생각이 아니었어. 유괴범이랑 같이 밥 먹는 데에 이틀 만에 익숙해진 자신의 적응력에 질렸다.


「여벌 열쇠인가…본격적으로 신혼처럼 됐군」


이 녀석은 이 녀석대로 내 말을 들을 생각을 안 한다. 필요 없다고 했잖아! 라 외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신혼이니 하는 말은 무시다 무시. 이 녀석한테 내 말이 전해지지 않는 건 조금만 같이 있어도 알 수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화내도 소용없다. 내 말은 완전히 무시하고, 내일은 여벌 열쇠를 만들러 가자면서 멋대로 정하고 있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의 대화는 괴롭다. 카라아게는 맛있지만 그건 고통이었다. 대답은 해도 안 해도 같이 있으니까 아무 말도 안 하면 되지만, 유괴범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공간에 당분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다. 나는 가급적 대화라는 걸 시도했다. 대화가 아니라 목소리를 내기만 해도 조금은 유괴로 오는 스트레스의 발광을 늦출 수 있다. 지금까지 발광할 예정은 없지만.


「네가 있다고 생각하면 집에 오는 게 즐겁다. 어떻게든 일을 정시까지 모두 끝냈어」

「그래」

「아니, 실은 조금 남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사랑 앞에서 직장은 무의미하지!」

「그러셔」

「아아 그대여, 아니 난 너무나 멋지다! 완벽한 조형미…오늘의 내게 반했다. 그렇지? 졸린 눈이 사랑스럽군 허니」

「…」



안 되겠다 미칠 것 같아!!


이대로는 안 된다. 이 녀석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마 정신이 죽는다. 유괴범의 말에 맞장구치기만 해도 안 된다. 이 녀석 내 맞장구는 전혀 안 듣는다. 나는 필사적으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 녀석을 일방적으로 떠들게 하면 안 된다. 나를 완전히 무시할 생각은 아니니까, 내가 먼저 말을 건네면 분명 대화가 될 것이다. 힘내라 나.


「저, 저기」

「뭐지 마이 러브?」


봐 대화가 성립했다! 일보전진이라고! 스스로도 너무 작은 일보지만. 어디에 전진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맞아, 오늘도 카라아게네」

「응? 저녁은 매일 카라아게다만」

「진짜냐!」


대화가 성립했다고 생각했더니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말았다. 예상 밖이다.


「죽잖아!」

「? 안 죽는다만」

「빨리 죽는다는 의미야!」

「그래도 좋아하니까. 너도 그렇지?」

「아니 좋아하지만!」

「참고로 내 점심은 편의점에서 산 카라아게 도시락이다. 물론 매일」

「너 그냥 죽어!」


또 본심이 새고 말았다. 황급히 입을 막지만 유괴범은 내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이 녀석에게 나와 녀석의 관계는 내가 너고 네가 나, 인 모양이니 자기가 싫지 않은 이상 나도 싫지 않다는 게 결정사항이겠지. 이 녀석과 말하면서 바로 깨달았다. 그걸 부정해서 욱하는 것도 싫으니까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매일 카라아게라니. 그건 마땅치 않다. 착각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이 녀석이 카라아게 대량 섭취가 원인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른다. 다만 아직 여길 나가려는 확신이 없는 이상, 매일 밤 카라아게는 나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냥 싫다. 엄마의 밥이 이렇게 그리운 적도 없다.


「…메모지랑 펜 있어?」

「거기 서랍에」


요리는 거의 한 적 없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서랍에서 메모지와 펜을 꺼내 가정 요리 실습과 엄마의 밥을 떠올리며 떠오르는 재료를 썼다.


「퇴근하면 이거 사 와」

「왜?」

「됐으니까 사 와!」

「아, 알겠다」


방금 전까지 맛있게 느낀 카라아게도, 매일 먹을 거라 생각하니 순식간에 맛없어졌다. 그러니 할 수 없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여기서 힘낼 수밖에 없다.



다음 날은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빈둥빈둥 텔레비전을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경찰에 도움을 구하러 갈 수 없게 된 지금 밖에 나가 자동 잠금장치 앞에서 무력함을 곱씹기는 피하고 싶으니까, 집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지내다 보니 형제 다섯이서 니트 생활을 할 무렵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단 하나 다른 것은 점심때 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조금 진지하게 본 것. 먹어 본 적은 있어도 만들 수 없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조금 배웠다. 아무래도 유괴범의 텔레비전에는 녹화 기능도 딸린 모양이라 멋대로 요리 프로그램을 매일 예약해뒀다. 아마 이 정도로 화내거나 죽이진 않겠지.


「다녀왔어」


이제 어떡할까 하고 완전히 어두워진 방 안에서 생각하고 있자, 단 며칠로 익숙해진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쓸쓸하게 내버려둬서 미안하군, 자아 어서 와 허그를」

「그런 건 됐으니까 산 거 꺼내봐」

「아, 네」


꼭 유괴당한 사람같지 않은 태도를 보였지만, 유괴범은 화난 기색도 없었다. 어쩌면 뿌리는 좋은 녀석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아닌가? 이 녀석의 언동은 그것만으로도 범죄 수준이다. 

유괴범이 꺼낸 재료는 내가 부탁한 물건들이었다. 꿀꺽 군침을 삼킨다. 괜찮아, 나도 할 수 있어. 지금부터 만들려는 음식은 그냥 고기 채소 볶음. 썰고 볶을 뿐이다. 괜찮아 괜찮아.


「프라이팬은 어딨어?」

「그런 건 없다고?」

「…지금 당장! 사와 짜샤! 칼도!」

「오, 오우! 알았다!」


잘 생각해 보니 맨날 슈퍼에서 산 카라아게 도시락을 먹는 남자의 집에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



10분 뒤 돌아온 유괴범이 사온 프라이팬은 굉장히 고급스러워, 너한테 금전 감각이 있냐고 불평할 뻔했지만 두명 동시에 배꼽시계가 울려 입을 다물기로 했다. 나와 넌 빼닮았군 하고 방긋 웃는 유괴범은 좀 이상하다.


「그럼 카라아게를 먹자」

「사왔냐!」

「저녁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힘이 안 난다」


이렇게 준비해놓고 내가 저녁을 만든다는 일을 전혀 깨닫지 못한 이 녀석은 심각한 바보였다. 이 남자와 만나고 조금밖에 안 지났는데, 아무래도 목소리가 죽어 있다. 평소에는 그리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편인데 행동이 너무 이상해서 낼 수밖에 없다. 무사히 집에 돌아가게 되면, 쵸로마츠한테 항상 수고한다고 말하자.


「앉아서 기다려」

「배고프다만…」

「나도 배고파. 그래도 기다려」


딱히 기다릴 필요는 없지만, 나 혼자 힘내는 건 왠지 분하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첫 요리는 대실패였다.


채소부터 익혀야 할지, 아니면 고기부터 익혀야 할지, 도대체 얼마나 익혀야 할지 몰라서 고작 고기 채소 볶음한테 졌다. 조심스레 맛봤지만 고기는 너무 딱딱하고 채소는 까맣다. 물론 탔다. 게다가 잘 따져 보면 프라이팬도 없는 이 녀석 집에 조미료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냉장고에 있는 건 냉동 카라아게와 페트병 차뿐이고 간장과 마요네즈 등은 일절 없어, 게다가 소금이나 설탕도 없었다. 그래서 맛을 속이지도 못하고 탄 냄새만 나는 고기 채소 볶음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겨우 접시에 고기 채소 볶음을 거칠게 담았다. 그러자 유괴범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무슨 실험 결과인가?」

「먹을 거야!」


젠장, 요리로도 안 보는 건가. 확실히 매일 슈퍼에 있는 카라아게만 먹는 이 녀석에게는 낯선 음식이겠지. 여기에 올 때까지는 매일 다른 형형색색의 음식을 먹은 내가 봐도 익숙하지 않지만. 유괴범은 고개를 갸웃하고 진짜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왜 요리를 한 거지?」

「맨날 카라아게 먹으면 질리잖아」

「나는 안 질린다만…」

「난 질려」


자포자기로 고기 채소 볶음을 입에 넣는다. 좀 차가운 탓에 더 맛없다. 게다가 쌀이 없다. 방금 부엌을 뒤지고 밥솥은커녕 햇반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정말 못 해먹겠다.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지. 유괴범은 거칠게 고기 채소 볶음을 먹는 나를 보고 신기한 얼굴로 나에게 카라아게 도시락을 내밀었다.


「반드시 이게 더 맛있을 거다」

「그렇겠지」

「그걸 알면서 왜 안 먹는 거지? 내가 이렇게 맛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도 카라아게가 맛있을 텐데」

「……」



고집이야, 고집. 그래도 대답하기는 짜증나니까 묵묵히 실패작을 입에 넣는다. 유괴범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내민 카라아게 도시락을 잡아 내 몫까지 먹게 됐다. 물론 녀석은 내가 만든 음식에 젓가락을 뻗지 않았다. 뭐 나도 눈앞에 실패 요리랑 맛이 보장된 도시락이 있으면 도시락을 먹을 것이다. 알고 있어. 알고는 있는데.


「……짜증나」


이렇게 비참함을 맛보는 건 사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날부터 나는 녀석에게 매일 심부름을 부탁했다. 빠르게 만든 여벌 열쇠를 받았으니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위축됐고 아직 경찰이 무서워서 밖에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조미료도 잊지 말라고 부탁했다. 포기하고 카라아게 도시락을 먹을 수는 없냐고 물었지만, 당연하게도 카라아게는 전과 똑같은 맛이라 요리 실력을 높이기로 결심했다. 요리 프로라는 요리 프로는 닥치는 대로 녹화하고, 한가한 낮에는 그걸 매일 봤다. 필요하면 되감아 보면서 지식을 쌓았다.

물론 당장 요리를 잘할 수는 없으니 한동안 더럽게 맛없는 내 음식을 먹었다. 유괴범은 내 행동을 말리지 않았지만 내가 만든 음식에 손도 안 댔다. 그게 더 화가 나서 내 의욕을 높였다. 바보 취급당하면 되돌려준다더니, 그런 기력이 나한테 있는 줄은 몰랐다. 무기력 니트로 지냈을 텐데 지금 모습을 형제가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 상관없지.


그리고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 닷새, 유괴범이 살짝 바뀌었다. 카라아게 도시락만 먹고 내 요리는 거들떠보지 않던 녀석이 처음으로 내 요리에 손을 댄 것이다. 녀석은 뭐라고 할 수 없는 얼굴로 바로 제 도시락으로 돌아갔다. 밥상을 엎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겨우 참았다.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 지 벌써 1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매일 한 번은 내 요리에 손을 대게 된 유괴범이 오늘도 내 음식을 입에 넣었다. 평소대로는 감상도 없이 바로 카라아게 도시락으로 돌아가는데 오늘은 달랐다.


「…맛있어」

「!」


맛있어! 맛있다고 했다 이 녀석!


「카라아게가 더 맛있지만」


위험해 때릴 뻔했다.


그래도 녀석이 맛있다고 한 건 처음이라 나는 조금 들떴다. 오늘 레시피도 고기 채소 볶음이다. 불 조절은 실수도 없고, 조미료 덕분에 본격적인 맛이 나 분명히 오늘 요리는 썩 잘됐다. 이제 고기 채소 볶음은 졸업하고 요리 프로에서 한 레시피를 시도해도 될까 생각한 참이다. 그런 때 마침내 납치범의 입에서 맛있다는 말을 끌어냈으니, 당연히 기쁘다. 어라? 왠지 목적이 이상하지 않아? 순간 제정신으로 돌아올 뻔했지만, 정신이 돌아오면 자기혐오에 빠질 것 같아서 정신 따위는 무시하자.


묵묵히 내 고기 채소 볶음(완벽)을 입에 담던 유괴범이지만, 문득 젓가락을 멈추고 저녁 중에 자주 보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확실히 이건 그럭저럭 맛있다. 그래도 왜 이런 걸 만드는 거지?」


너무 새삼스러운 질문에 나는 두 손 들었다.


「계속 말했잖아. 질리니까 그렇지」

「그래도 난 질리지 않아」

「계속 말하지만, 난 질려」

「…모르겠군. 너는 내가 아닌가」


또 그거냐. 이 녀석의 수수께끼 사고는 무서워서 깊이 파고들지 않고 지금까지 지냈지만, 오늘 나는 기분이 좋으므로 내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너랑 나는 얼굴이 닮았지만, 다른 인간이잖아」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는데 유괴범은 무척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인간」

「그래, 다른 인간. 그래서 취미나 음식 취향도 달라. 나도 카라아게는 좋아하지만, 맨날 먹지는 못해」

「그런, 건가」

「원래 그래」

「…그럼, 내가 널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뭐지?」

「그건…그거야. 네가 나를 너라고 생각하니까 그래. 다른 사람인데, 착각하는 거지」

「그렇군…」


내 말에 분명히 당황한 유괴범은 얼굴을 숙이고 잠시 생각했다. 이 녀석이 제정신이라고 할까 평범해진다면 고맙지만, 혹시라도 욱하면 어떡하지. 내심 떨고 있자 유괴범은 겨우 얼굴을 들고 곤란한 모습으로 나를 봤다.


「나는 내가 아니지?」

「응」

「그럼 넌 왜 여기에 있는 건가?」

「아니 네가 데려왔잖아」


갈수록 모르겠다는 얼굴이 된 유괴범은, 더 이상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갑자기 일어서서 이를 닦고 씻고 마음대로 잤다. 지금까지는 잘 자 키스니 뭐니를 졸랐는데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혹시 나한테 정나미가  떨어진 걸까. 자신과 다른 인간이라는 현실을 들이댔으니 유괴 외금(자기 결정)생활도 이제 끝일지도 모른다. 겨우 해방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 생각보다 큰 안도감을 품지 않았다. 왜일까 생각했지만 지금이 별로 곤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1주일만 여기서 보냈지만, 그래도 유괴 같은 비일상이 일어나서 미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가고 싶을 때 밖에 나갈 수 있고, 유괴범은 심한 나르시스트라 나에게 연인으로서의 처신을 요구하는 것만 빼면 평범하고(이것만 빼면 유괴범의 정체성이 없어질 것 같기도 하다)낮에는 평소대로 니트 생활을 하니 차이도 별로 없다. 뭐 집에 가기 싫은 건 아니니까, 일단 기뻐하자. 돌아가면 원형이 될 정도로 장남을 패기로 결정.




라고 생각한 게 어제.

그리고 오늘, 유괴범은 아주 좋은 미소로 나에게 말했다.


「오늘은 오랜만의 휴일이니, 데이트라도 하자!」


너, 나랑 네가 다른 인간이라고 안 거 아니냐? 묻고 싶었지만 싱글벙글한 웃음을 보는 한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모드라고 요 1주일간 잘 알았으니, 난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와 남자, 게다가 같은 얼굴끼리 데이트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디에 가도 형제로 보일 테니 그리 나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 녀석과 내가 정말 연인이었다면 그런 건 위장하면 될지도 모른다. 그런 게 있을 리는 없지만.


「어디 갈 거야」

「어디 가고 싶지?」

「응?」


틀림없이 "난 여기에 가고 싶다! 너도 그렇겠지?"라고 할 줄 알았는데, 설마 내 의지를 물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유괴범은 당황해서 시선을 헤매는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무래도 대답을 하기 전까지 나를 계속 볼 것 같다. 한시라도 그만뒀으면 한다. 나는 인내하며 가보고 싶은 곳을 작게 중얼거렸다.


「고, 고양이 카페…」

「고양이 카페?」

「그래 뭐 잘못됐냐! 나이 먹은 남자가 고양이 카페 간다고 바보 취급하고 있지! 안다고, 어차피 나 같은 쓰레기가 그런 델 가도 수상한 사람 취급받는다고…」

「넌 쓰레기가 아니다」

「하?」

「쓰레기도 아니고 수상한 사람도 아니야. 아무래도, 넌 꽤 부정적인 모양이군」


녀석은 곤란한 듯이 웃었다. 웃는 이유를 몰라서 내가 더 난처하다.


「아, 에, 으, 응?」

「그럼 갈까」


나는 손을 빼면서 그 녀석과 함께 방을 나왔다. 만난 다음 날에 볼 키스를 요구한 탓인지, 이제 와서 손잡은 정도로는 나에게 아무런 혐오감도 없었다.




한마디로, 고양이 최고.


휴일이기도 해서 고양이 카페는 몹시 붐볐다.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 혼자 들어가기가 어려우므로, 휴일에 고양이 카페는 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휴일이니 고양이는 최고로 치유됐고, 무릎 위에 한 마리의 고양이가 와줬을 때는 스스로도 알 만큼 얼굴을 빛내고 말았다. 눈앞에 앉은 녀석이 살짝 웃은 게 들려 번쩍 정신이 돌아와 부끄러움으로 고양이 배에 얼굴을 묻은 것은 평생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찾아 북적거리는 가게 안에 있었지만, 같은 얼굴을 한 성인 남자가 둘이서 오는 것도 드문지 누가 말을 걸기도 했다. 형제인가요? 잘 대답하지 못하는 나와 대조적으로, 남자는 상냥하게 맞다고 대답했다. 여느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나 이외의 사람에게는 이렇게 보이는 걸까 싶어 살짝 이 녀석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놈은 특별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지만, 제 근처에 다가온 고양이를 조심스레 만지고서는 만졌다고 기뻐했다.


「즐겁군. 이런 곳도」

「고양이는 치유되니까」

「확실히」


같은 타이밍에서 웃으니, 왠지 진짜 형제 같았다.





「다음엔 어디에 가고 싶지?」

「네가 가고 싶은 데로 해」

「그런가? 그럼…」


여기가 좋다고 말한 것은 기생충 박물관 같은 미지의 영역이기에, 완전히 질색이었다. 하지만 아까는 나한테 맞춰줬으니 고집부릴 수는 없다. 냉정하게 보면 나는 왜 이런 녀석한테 고집부릴 수 없다고 신경 쓰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위화감은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


「이런 데를 좋아하는구나…」


물속에 전시된 득실득실한 기생충을 볼 때마다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박물관은 몹시 조용해 어떻게든 버텼다. 신나서 기생충을 보는 남자는 고양이 카페에 있을 때보다 재밌어보였다. 전혀 모르겠어. 그런 내 모습을 겨우 깨달았는지 옆을 걷는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미안하다, 재미없었나?」

「…」



재미 없다고 하자면 재미 없다. 기생충 따위 전혀 관심 없다. 그래도 이 녀석도 고양이에 관심 없어도 어울려 줬다. 내가 불평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했어」

「속이 깊지?」

「너무 깊어서 모르겠어」

「솔직하군」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도 같이 다닐게, 아까 어울려 줬으니까. 게다가 점점 기생충의 매력을 깨달을 것 같아」


애매한 발언에 그 녀석은 쓰게 웃는다. 그래도 이게 본심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러고 보니 오늘은 대화다운 대화가 성립한 걸 깨달았다. 웬일이냐며 오늘의 대화를 떠올리니, 이 녀석이 내 의지를 제 의지라고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역시 어제의 대화가 녀석에게 변화를 준 걸까. 그렇다면 이 머리 이상한 남자는 나와 네가 다른 존재라는 당연한 사실을 겨우 깨달은 걸까. 이 데이트가 나와 녀석이 다른 인간이라는 사실을 결착 짓기 위해서라면, 어쩌면 유괴 외금 생활도 끝일지도 모른다. 그럼 이 녀석과 나는 평생 만날 일이 없다. 규슈와 도쿄라니, 지금까지 한 번도 도쿄를 나온 적이 없는 나에게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다.


「…」

「응?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 섭섭할지도 모른다니, 이 녀석과 같이 있는 바람에 나도 이상해진 걸까.





「오늘은 재밌었다」

「응」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충실했고 즐거웠다. 고양이 카페는 말할 것도 없고 기생충 박물관도 익숙해지니 왠지 즐거워 졌다. 나는 정말 적응력이 높다. 그리고 저녁은 역시 카라아게 가게라서 살짝 웃어 버렸다. 쓴웃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웃었다. 이제 이 녀석과의 생활에도 완전히 익숙해지고 말았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유괴됐을 때 사람은 매우 불안한 상황에 빠져, 놈이 유괴한 장본인이라고 알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별도라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이후에는 불안하지도 않고 제멋대로 살고 있다. 그래서 아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녀석에게 적의보다 호의를 품게 되었다. 단순한 유괴범과 피해자 관계였는데, 오늘 하루 내 의지를 제대로 존중해주고, 같은 타이밍에서 웃어 준 이 녀석이 이제 무섭지도 않고 싫지도 않았다.


남자의 곁을 걸으며 돌아간다. 1주일 정도만 같이 있었고, 밖에는 거의 나가지도 않았지만, 이 녀석의 집이 지금은 완전히 돌아갈 곳이 되어 버렸다.




아무 말도 없이 걸었지만 어느 정도 걸었을 때일까. 곁의 남자가 갑자기 크게 심호흡했다. 중요한 말을 하는 거라고 직감으로 알았다.


「오늘 하루, 너와 지내고 알았다」

계속 말해두려고 한 걸까. 결심을 굳힌 음성은 너무나 굳어 조금 떨렸다.

「너와 나는 다른 인간이다」


당연한 사실을 드디어 깨달았다. 나는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를 만큼 둔하지 않다.


「아니, 사실은 오래전부터 깨달아야 했어. 너는 나와 다르다. 나는 매일 밤 카라아게를 먹는 게 기쁘지만, 너는 화를 내지. 나는 요리는 조금이라도 할 생각이 없지만 너는 요리를 만들어 준다. 나는 뭔가 안 되는 게 있으면 금방 포기하는데, 넌 매일 연습하고 노력했어」


걷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면서 마침내 남자는 걸음을 멈췄다. 나는 녀석보다 조금 더 걸어가 뒤를 돌아봤다. 유괴범이었을 남자는 한심한 웃음을 띠며 나를 봤다.


「난 고양이에 관심이 없었지만, 너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 너는 나에게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을 가르쳐 줬다. 나는 내 의지만을 강요했지만 너는 나의 의지를 존중했지. 너는 내가 아니야. 그야 나는…날 유괴한 상대를, 그렇게 친절하게 대할 수 없다」


유괴. 남자가 한 그 말은 몹시 무겁게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 눈앞의 이 녀석이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다.


「유괴 따위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넌 나고 내가 나라면, 나와 함께 하는 게 가장 행복할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어. 그래도 나와 네가 다른 사람이고, 다른 생각을 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잖아? 이건 훌륭한 범죄다」


눈앞에서 참회하는 남자의 얼굴이 울 것처럼 일그러졌다. 아마 작은 계기로 엉엉 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생각해 보면, 나와 이 녀석은 1주일 정도밖에 같이 있지 않았는데, 이 녀석의 우는 얼굴을 보는 건 두 번째다. 처음 만났을 때랑 지금. 이 녀석은 감회하면 바로 우는 남자인지, 아니면 나랑 만나고 나서부터 잘 울게 됐는지, 나는 그런 것도 모른다. 이 녀석에 대해서 모르는 게 아직 산더미 같다.


「…너를 나에게서 해방하지. 도쿄까지 바래다주면 당장이라도 자수할 생각이다. 미안해…그리고 고마워. 난 아마…처음으로 내가 아닌 누군가를,」

「저기」

「아, 뭐, 뭐지?」


말을 가로막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남자는. 당황한 것처럼 내 말에 대답했다.


솔직히 나 자신, 지금부터 이 녀석에게 하려는 말에 무척이나 놀랐다. 그래도 울 것 처럼, 목이 메서 말하는 그 녀석을 보니 계속 말하고 싶었던 유괴의 불만이나 심한 나르시즘의 공포나 그런 게 모두 날아갔다. 불만을 말하기보다는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이게 내 의지라면 할 수 없다.


「…조금만 더, 날 유괴해도 좋아」


살짝 떨어진 곳에 있는 남자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야 놀랄 테지. 이런 마음을 품다니, 나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혀 예상 못 했으니.


「하, 에, 에에?!!」

「시끄러워!」

「에, 하? 지금 왜」


그러나 말하고 나서 그 말의 창피함을 깨달았다. 이 유괴가 합의 아래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 녀석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렇게 생각해서 한 말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너무 부끄럽다. 게다가 그걸 되묻다니 무슨 고문인가.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다. 나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외쳤다.


「그러니까! 같이 있어도 된다고!……카라마츠!!!」


딱히 이끌린 건 아니다. 그냥 이 녀석은 나르시스트고 좀 머리가 이상한 점을 빼면 평범한 녀석인데, 그런 평범한 녀석이 잡히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나는 화도 안 났고, 유괴해도 좋다고 피해자가 말한 이상 이 유괴는 합의 아래다. 합의한 다음 진행된 유괴 외금 생활은 경찰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이 녀석은 유괴 사건의 범죄자가 아니다. 


나는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눈앞에서 힘껏 박치기를 했다. 카라마츠가 놀라서 충격으로 한심한 목소리를 낸다. 멋쩍음을 감출 폭력이니까 받아줘, 전 납치범.


「왜, 왜…」

「사랑이야, 사랑. 아마」

「에에…사랑이 아프다」

「시꺼.…그런 것보다, 나랑 다른 사람인 너는, 나한테 뭐 물어볼 거 없어?」

「물어볼 거?」

「물어볼 거, 그래도 괜찮아.……카라마츠」


카라마츠는 잠시 부딪힌 곳을 아픈 듯이 두 손으로 눌렀다. 그러나 내가 녀석의 이름을 부른 의미를 겨우 눈치챘는지, 두 손을 천천히 떼고 나를 진지하게 응시했다.


다시 마주 보니 역시 눈앞의 남자는 무서운 유괴범 따위가 아니었다. 유괴범이 아니라, 거기에 있는 건 서투르면서도 진지하게, 다른 사람인 나와 마주 보려고 하는 카라마츠라는 한 사람이었다.


「…네 이름을 물어도 되는가?」


이름을 묻는 걸로 이렇게 만족하다니, 평생 없을 경험이겠지.


「이치마츠인데」

「이치마츠」

「한자로, 맨 첫번째인 '이치'에 마츠니까 너랑 똑같지. 이름까지 같구나」

「아아…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좋은 이름이다. 이치마츠…내 이름과 네 이름도 역시 달라. 멋진 이름을 주신 부모님께, 나도 감사하고 싶군」


이런 말을 가볍게 하니까, 역시 좀 이상한 놈이라고 절실히 느끼면서, 나와 전 납치범 카라마츠의 유괴 외금 생활은 막을 내렸다.





「다녀왔어」

「어서 와…어, 어라?!」

「시꺼 톳티」

「이, 이치마츠 형이다…틀림없이 어디 길에서 쓰러져 죽은 줄 알았는데…」

「어이」

「뭐, 어쨌든 어서 와.…그런데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반갑군 톳티! 나는 카라마츠. 오늘부터 이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될 남자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전혀 모르겠어」

「이해가 안 된다…칭찬이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설명하지! 나는 이치마츠를 사랑하고, 할 수 있으면 계속 단둘이 있고 싶었다. 유괴가 아니라 이번에는 동거하고 싶었어! 그래도 이치마츠가 계속 형제와 떨어져서 슬퍼하는 것도 본의는 아니지. 연인이 슬퍼하는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아. 그럼 내가 이치마츠의 집에서 함께 살면 문제없다! 단둘은 아니지만 그 점은 타협하자고 생각한다, 언더스탠 톳티?」

「에, 이 말 꼭 이해해야 해? 무리거든!」

「후후, 넌 핑크색이 imagecolor인가? 귀여운 색이군. 미스테리어스한 보라색이 이치마츠의 imagecolor고 톳티가 핑크…그럼 나의 imagecolor는 쿨한 파랑…인가?」

「발음 짜증나! 근데 이 사람 설마 그 나르시스트 호모…」

「호모는 아니니 안심해다오 톳티. 내가 사랑하는 건 마이 데스티니 이치마츠 캣 뿐이다」

「무슨 소리여?!」

「이 녀석은 원래 이러니까 다 태클 걸면 죽어」

「왜 이치마츠 형도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딱히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야. 또 카라마츠, 널 좋아한다고는 한마디도 안 했어」

「무정한 허니군. 그런 점도 좋아하지만,」

「보기만 해도 토나와!」


「시끄럽네 톳티」

「오, 오소마츠 형도 뭐라고 해봐! 이치마츠 형이 이상한 거 데려왔어!」

「오, 전에 본 붉은 그가 아닌가! 이제부터는 형제로서 잘 부탁한다 브라더. 그렇지, 네 이름은 오소마츠였군. 불타는 듯한 빨강…너와 어울린다」

「아~이 느낌 이 느낌! 여전히 안쓰럽네~」

「오소마츠 형」

「아, 이치마츠잖아! 정말, 지금까지 어디 갔었어? 형아 외로웠다구?」

「…너 때문이잖냐 쿠소 장남!」

「잠, 아, 아프다니까! 왜 그렇게 화내는 거야, 응~?!」

「훗, 가고 말았군…질투하지」

「어딜?!」


「저기, 지금 오소마츠 형이 이치마츠한테 끌려갔는데 대체 언제 왔던 거야…너 뉘겨?!」

「와하~! 같은 얼굴이다!」

「녹색과 노란색인가…훗, 역시 나에게 내려진 color는 파랑밖에 없는 모양이군」

「짜증나!」

「짜증나!!」

「쵸로마츠 형, 쥬시마츠 형~…살려줘, 이 카라마츠라는 사람이 우리랑 같이 산대…」

「하아?! 뭔 소리?! 뻥이겠지! 엄마랑 아빠가 허락 안 해!」

「여섯 쌍둥이?! 우리 여섯 쌍둥이?!」

「조금씩 정을 쌓으며 지내면 된다 브라더. 또 부모님께는 이미 허가를 받았어」

「왜 허락하는 거야 그 둘!」

「다섯 명이나 여섯 명이나 똑같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일하고 있다고 하니 바로 같이 살자고 하더군. 오늘부터 도쿄 근무다, 잘 부탁해」

「일한다고?! 이렇게 안쓰러운데?!」

「아니 안쓰러움은 상관없어 쵸로마츠 형」

「아~! 쵸로마츠 형 갈비뼈 부러졌어! 안쓰러워서!」

「브라더에게는 용돈을 주지」

「「와! 앞으로 잘 부탁해 카라마츠 형!」」

「넘어가지 말라고!」

「앞으로 잘 부탁하지 사랑스러운 브라더들이여! 나와 이치마츠가 사랑의 버진 로드를 달리는 걸 부디 지켜봐다오!」

「OK~제대로 볼게 카라마츠 형」

「사랑?! 세크로스임까 카라마츠 형!!」


「…태클을 못 걸겠어!!」



※마피반

※모브 시점

※멋진 마피아 카라마츠는 없습니다

※위험한 일에 빠진 반장님을 카라마츠가 멋지게 돕는 일도 없습니다

※부하의 카라마츠 취급이 너무함

※뭐든지 허락하는 분 전용


*



「할 말이 있다」


언제였는지는 까먹었지만, 해외로 떠날 때 공항에서 "멋있어!"라며 카라마츠 씨가 흥분해서 충동구매한 것이었다. 취미 나쁜 선글라스 저편,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눈이 여길 가만히 바라봤다.


「뭡니까?」


순간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렸다. 평소에 바보 같은 얼굴만 하는 그 사람이 오늘은 무척 순진한 표정으로 나를 기다렸다. 뭔가 실수라도 했을까, 아니면 신경에 거슬리는 짓이라도 했을까. 후자는 짚이는 게 너무 많아서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형제 앞에서는 하기 뭐해서」

「네」


카라마츠 씨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허리를 펴더니 내게서 등을 돌렸다. 창문 너머를 보다 다시 숨을 내쉰다. 홱 등을 돌린 카라마츠 씨의 귀부터 목이 어렴풋이 붉게 물든 것을 깨달았다. 열이라도 나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 뭐야…소위 사랑 이야기다만」

「…네?」

「내 앞에 천사가 내려왔다…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사랑의 톱니바퀴!」

「가도 됩니까…?」




구제불능 카라마츠 씨에게 천사가 내려온 일


우리 패밀리 아래에 다른 소규모 패밀리가 들어온 것은 이미 몇년 전의 일이다. 우리의 우두머리가 지금의 보스로 바뀐 계기가 된 항쟁 때 거두었다. 그곳에 상당히 전부터 지금까지 은밀한 관계를 이어 온 공장이 있다. 이른바 블랙 공장으로 불리는 그곳은, 마피아에게 소모품인 총이나 탄환, 기타 정규 루트에서 쉽게 입수하기 힘든 무기류를 양산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꽤나 열악한 환경을 더 질 좋게 만들어 준다는 계획으로 개선한 것은 1년 정도 전이었다. 왜 내가 해야 하냐고 얼굴을 찌푸린 쵸로마츠 씨가 그 공장의 담당자가 되었다. 욕하면서도 보스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는 쵸로마츠 씨는 공장 책임자가 되어 설비 수리, 인권이 없는 시프트 스케줄 조직, 맛없는 식당 등 모든 것을 철저히 바로잡아 공장 직원에게 '쵸로마츠 님'으로 추앙받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쵸로마츠 님이라면 안겨도 좋아" "쵸로마츠 님이랑 눈 마주쳤어" 등 팬클럽 상태로 변한 모양이다.


쵸로마츠 씨는 시찰을 위해 그 공장에 정기적으로 얼굴을 내민다. 납기까지의 스케줄 확인, 설비 및 실제 완성된 물건 체크. 아무것도 없는 외진 숲 속에 있는 공장이다. 전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누추하고 공기가 안 좋다. 일부러 쵸로마츠 씨가 발을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부하들이 설득해도, 쵸로마츠 씨는 고개를 젓지 않았다.


쵸로마츠 씨가 없을 때는 그의 밑에 있는 사람이 얼굴을 내밀었지만, 그날은 모두 좀 큰일이기에 대타로 카라마츠 씨가 급하게 갔다. 카라마츠 씨는 스스로 나선 듯했다. 듣고 보니 "그치만 공장은 왠지 두근두근하잖나"라고 한다. 반짝반짝한 눈동자는 어린아이의 그것이었다.


입구 경비에게 쵸로마츠 씨 대신 왔다고 알리고, 안내하겠다는 제의를 거절해 정처 없이 방황하다가 미아가 됐다고 한다. 가도 가도 똑같은 풍경만이 이어지고 불안해서 "집 가고 싶어…"라고 울먹이다가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카라마츠 씨는 마피아 전투 때는 멋있지만 평소에는 그냥 유아다. 심부름도 제대로 못 하고, 길도 잃고, 사람한테 받은 건 의문도 없이 입에 넣어 버리고, 아무나 따라간다. 카라마츠 씨는 불안함과 무릎과 안면(얼굴부터 구른 듯)의 아픔에 마침내 울음을 쏟았다.


「으, 우우…」


그곳에 쓰러진 채 훌쩍훌쩍 우는 카라마츠 씨 앞에 천사가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풉, 촌스러」


기계 소리가 부지런히 울리는 가운데 뚝 떨어진 목소리. 문득 고개를 드니 거기에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차가운 눈으로 카라마츠 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이 카라마츠 씨가 말하는 '천사'다. 천사라니. 웃지도 못하겠네. 나는 태클을 못 걸었다.


「당신 뭐 해? 왜 우는 거야? 꼴사나워」

「하, 하지만,」

「…자, 일어나.…어라, 당신 마피아?…공장 어디로 데려다 줄까?」

「아, 아아! 고맙다!」


쭈그리면서 내민 손이 기쁘고, 손이 부드럽고 따뜻해 카라마츠 씨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것이렷다.




「한 번 더 만나고 싶어…그를 생각하면 고기가 넘어가지 않아…」

「아까 먹은 로스트 비프는 뭔데? 걘 고기 아니냐?」

「손, 부드러웠지이~…보들보들했어…」

「좀 들어!」


황홀한 모습으로 "천사"라고 생각하는 카라마츠 씨의 표정은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 기분 나쁘다. 그러나 이 사람은 내 생명의 은인이고, 상사고, 되도록 행복해졌으면 하는 사람이다. 카라마츠 씨 아래에 있는지 어언 7년, 이렇게 남에게 집착하는 발언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쵸로마츠 씨한테 부탁하는 게 어떱니까? 담당 바꿔주라고」

「그랬는데 안 된다고 했다…너한테 어떻게 맡기냐고…」

「아~…그럼 보스한테 부탁해보면…」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안 된다면 안 된다고」

「아~…, …포기하시는 게?」

「싫다!!」


힘차게 일어서 방안에 울리게 외쳤다. 포기라고 하지 말아다오, 간청하는 눈동자와 기세에 눌려 말문이 막힌다. 내가 제안했지만 카라마츠 씨가 쵸로마츠 씨 대타를 맡을 리는 없다. 머리가 텅 비었으니까. 사인해달라는 서류에 "잘 모르겠지만 내 사인을 갖고 싶다는 건가? 뭐 괜찮지"라고 적당히 자기 이름을 쓰는 사람이다. 게다가 자기가 스타인 줄 아는 화려한 놈.


「음…저도 부탁드려 볼게요…」

「아, 아아…! 고마워…!」

「아마 무리일 것 같지만…」

「포기하지 마! 할 수 있다! 너라면!」

「기대하지 마세요. 그렇게 기대에 찬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나는 쵸로마츠 씨가 좀 거북하다. 그래도 카라마츠 씨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맡겠다. 혼자서 설득할 자신도 없으니, 아무런 도움도 안 되겠지만 뭐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아니 가지 말까…? 생각하면서도 카라마츠 씨와 함께 그 사람의 방을 찾는다. 문을 열고,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쵸로마츠 씨는 "안 된다니까"라고 단언했다. 카라마츠 씨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통곡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말 안 해도 알지. 빨리 나가. 나 바빠」

「싫다! 네가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 따라다녀 주지! 네 있는 일 없는 일 전부 이웃에게 말할 거다! 토도마츠한테 너랑 아이돌 사진을 합성해달라고 해서 뿌려 주지!」


무슨 협박이냐. 더 마피아다운 협박은 없는 거냐…. 당황하면서도 엉엉 우는 카라마츠 씨를 달래려고 등을 토닥였다. 쵸로마츠 씨는 화난 듯, 짜증 내는 듯 여러 가지가 섞인 표정을 지으며 나잇살 먹고 울부짖는 형을 내려다 봤다. "진짜 뭐 하는 새끼지 얘…" 겨우 입이 열렸다.


「저기, 정말 계속 이러니까, 적어도 같이 데려가 주시지 않겠습니까」

「…에에…, 분명 완전 귀찮아지겠지…」

「지금도 충분히 귀찮고, 아마 이대로라면 더 귀찮아질 거고, 저도 짜증 나니까요, 부탁드립니다, 쵸로마츠 씨」

「하아……알았다고! 데려만 갈 거야!」

「저, 정말인가 쵸로마츠…!」


방 카펫에 이마를 박은 카라마츠 씨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보고 쵸로마츠 씨가 더럽다고 내뱉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나야말로 형 때문에 미안해…」


해냈다 해냈다 하고 혼자 떠드는 카라마츠 씨를 먼눈으로 바라보는 쵸로마츠 씨는, 우울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는 너무 기대돼서 한잠도 못 잤다」

「소풍 가는 꼬맹이냐」

「나 오늘 이상하진 않은가?!」

「항상 이상하니까 안심해주세요」

「향수는 뭐가 좋을까…?!」

「진짜 사람 말 더럽게 안 듣네! 됐으니까 간다!」

「아팟! 잡지 마! 쵸로마츠 살려다오! 정말 난폭한 부하군! 누가 길들였지?!」

「너라고!」


시간이 지나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카라마츠 씨는 제 방 옷장에서 화려한 셔츠나 양복 등을 꺼내고는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벌이고 있다. 가장 단순하고 (카라마츠 씨한테는) 수수한 양복을 입히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그럼 넥타이는? 넥타이 핀은? 향수는? 머리는? 신발은? 반지를 가져가는 게 낫나? 꽃다발도 필요한가? 둘의 사랑의 보금자리는 어디가 좋지? 신혼여행은? 라며 이것저것 복잡하긴커녕 진도가 너무 빨라서 무섭다. 식장까지 잡을 것 같다.


「그럼 난 둘러보고 올 테니까. 카라마츠를 부탁해, 절대 여기에서 나가게 하지 마」

「네」


안내된 응접실은 공장 외관으로는 상상도 못 할 깨끗한 구조였다. 기숙하면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주어진 방을 깨끗이 만들 때 여기도 같이 개장한 것 같다. 푹신푹신한 소파는 분명 비싼 거라고 곧 이해했다. 옆에서 "푹신푹신하군!"하고 지껄이는 카라마츠 씨는 아마 모르겠지.

왠지 불안한 표정의 공장장과 함께 쵸로마츠 씨는 방을 떠났다. 카라마츠 씨가 말하는 '천사'와는 사전에 만난 것 같다. 용건은 밝히지 않았지만 방으로 오라고 해뒀다고 쵸로마츠 씨가 말했다. 아무튼 이 방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그 천사인지 뭔지가 온다는 모양이다.


「어떡하지 긴장했다…」

「땀 엄청납니다」

「왠지 속이 안 좋아…」

「그렇게 처먹으시니까 그렇죠」


차가운 차를 단숨에 마신 동시에 방문이 끼익 소리를 냈다. 카라마츠 씨는 그 소리에 크게 움찔거리며 "힉!"하고 한심한 소리를 냈다. 순간 손에 있던 플라스틱 컵을 던져서 달그락하는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돌아보니 문이 천천히 열렸다.


「…실례합니다」


쭈뼛쭈뼛 얼굴을 내비친 남자는 카라마츠 씨의 얼굴을 보자마자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라, 당신…」


눌러쓴 모자 아래에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 풀린 것을 깨달았다. 카라마츠 씨는 눈앞의 천사에게 반한 것처럼 멍하니 바라봤다. 천사가 입고 있는 작업복은 군데군데 얼룩이 나 완전히 낡아 있다. 반장이라는 글자가 크게 써진 완장이 들어와 살짝 놀랐다. 아직 10대나 스무살 안팎일 나이다. 이 공장에서 반장이란 직책은 몇 명에게 주어진 것 같지만, 이런 젊은 아이가 반장을 맡고 있는 걸까.


「마피아가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 무슨 일이라도 한 줄 알고 놀랐는데」

「아…아…」

「당신이었구나」

「…아,」


아니 무슨 말좀 하라고. 가●나시냐. 카라마츠 씨는 얼굴을 붉혔지만 반장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긴장이 풀린 반장님이 안도한 것처럼 숨을 내뱉고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부스스한 뒤통수를 긁고, 소파와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건너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십니까?」


반장님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하지만 아직 어린 티가 남은 음색이었다. 작업복에 싸인 몸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소매에서 나온 손목은 아이처럼 가늘다. 뺨에는 석탄 같은 잡티가 붙어 있지만 피부는 눈처럼 하얗다.


「저, 저기, 그, 저번엔 고마웠다, 살았어」


가오●시가 된 카라마츠 씨가 겨우 사람으로 돌아와 과자 상자가 든 봉투를 내밀었다. 큰 종이봉투에는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온갖 과자가 쌓여 있다.


「답례로 이걸 가져왔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만」


쑥스럽게 웃는 카라마츠 씨를 보며 반장님은 의아해하면서도 봉투를 받았다. 봉투 안을 들여다보는 표정은, 카라마츠 씨의 "맛있는 과자를 많이 사왔어"라는 한마디로 활짝 밝아졌다.


「에, 과자? 괜찮아? 이렇게 많이…」

「아아, 전부 네게 주려고 사온 거다!」

「고, 고마워, 과자는 별로 못 먹어봐서…기뻐」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과자를 받았다고 알고 눈을 반짝이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아이였다. 이렇게 젊은데 반장이라는 위치에 올랐으니, 그만큼 여기에서 오래 일한 거겠지. 나도 어렸을 때는 가난해서 이와 비슷한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지만, 카라마츠 씨에게 구해져 패밀리에 들어갈 때까지는 과자는 한 번도 입에 대지 못했다. 분명 그는 지금 들고 있는 과자가 모두 최고급 브랜드 음식이리라고는 모를 것이다.


「고마워, 당신은 마피아인데도 좋은 사람이구나, 이런 걸 답례로 가져오다니」


봉투를 소중하게 끌어안는 모습은 확실히 귀엽다고 생각했다. 이런 소릴 하면 카라마츠 씨가 권총을 입에 넣을 테니 절대 말 못하지만.


「아니…,」


카라마츠 씨가 말을 더듬었다. 갑자기 일어나더니 나를 보고 턱 끝으로 문을 가리켰다. 나오라는 소리겠지. 쵸로마츠 씨가 "절대 나가게 하지 마"라고 한 것을 떠올렸지만 이 사람에게는 거스를 수 없다. 재촉받아서 허리를 들자 카라마츠 씨가 "잠깐 실례하지"하고 먼저 방을 나왔다.


「금방 오겠습니다」


반장님에게 말하고 카라마츠 씨의 뒤를 쫓아 방을 나왔다.





「좀 기다려줘…뭐지 저 귀여운 생물은」


카라마츠 씨는 벽을 짚고 남은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 천사다, 귀여워, 괴로워, 대단해, 그런 소리를 하면서 괴로운 듯이 얼굴을 붉혔다.


「…갖고 가면 안 되는가?」

「안 됩니다」

「열심히 돌볼게!」

「개나 고양이가 아닙니다. 당연히 무리지」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마침내 복도에서 떼를 쓰기 시작한다. 데리고 갈 거야! 내 신부로 할 거라고! 바둥바둥 날뛰면서 고집부리는 모습은 원하는 걸 못 사서 슈퍼에서 설치는 아이와 똑같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싫어 싫어로 대답하는 카라마츠 씨의 행동은 쵸로마츠 씨가 올 때까지 이어졌다.


「뭐 하냐 쿠소 차남!」


시찰을 마치고 공장장과 함께 돌아온 쵸로마츠 씨의 주먹이 카라마츠 씨의 머리에 떨어졌다. 카라마츠 씨의 머리가 움푹 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한 소리와 마귀 같은 형상에 바르르 떨 것 같았다. 아니 떨었다. 나와 공장장은 하나가 되어 파르르 떨었다.


「뭐 하는 거야 바보냐?! 창피하다고!」

「그, 그치만…!」

「됐으니까 간다 새꺄!!」

「기, 기다려다오…! 마이 엔젤과 좀 더 얘기할 시간을 줘…! 아직 이름도 못 들었다…!」

「시꺼!!!」


쵸로마츠 씨의 무자비한 손이 카라마츠 씨의 목덜미를 잡는다. 우리한테 볼일이 있는지, 아니면 소동을 들었는지 많은 직원이 멀리서 이 일을 보고 있었다. 그림자에서 조용히 여길 바라보는 젊은 남자들은 "쵸로마츠 님 멋있어…"라고 눈동자를 하트로 만들고 있다.


「저…왜 그러십니까?」


시끄러운 밖이 신경 쓰였는지 응접실에서 반장님이 나왔다. 팔 안에는 아직도 종이봉투가 안겨 있다. 반장님은 쵸로마츠 씨에게 끌려가는 카라마츠 씨를 보고 흠칫한 모습이었다. 싫어 싫어 싫어~하고 버둥거리던 카라마츠 씨도 반장님을 알아챘는지 조용해졌다.


「마, 마이 엔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버렸군…!」


얼굴을 붉게 물들인 카라마츠 씨는 수치로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상해서 나도 모르게 웃자 눈동자가 섭섭한 듯이 나를 노려봤다.


「마이 엔젤…?…저, 가시는 건가요?」

「아니! 가지 않아! 너와 계속 같이 있겠다! 앗, 나도 여기서 살면서 일할까?! 좋군! 나이스 아이디어다!」

「개소리하지 말고 가자고!!…미안해, 반장님」

「아, 아뇨…」


쵸로마츠 씨의 5억명 정도 사람을 죽인 듯한 흉악한 얼굴이 온화하게 바뀌었다. 눈썹을 내리고 난처한 미소를 짓자 반장님은 조금 겁먹은 듯이 눈을 피했다.


「아앗, 잡아당기지 마! 싫어, 아직 얘기도 못 했다!」

「그럼 죄송합니다, 또 다음 주에 올게요」

「쵸로마츠 듣고 있는 건가! 난폭한 녀석이군! 아, 잠, 이, 이름! 이름도 못 들었다!」


카라마츠 씨는 필사적으로 호소하지만 쵸로마츠 씨는 꼭 귀가 없는 것 같다. 카라마츠 씨는 패밀리 중에서도 상당히 체격이 좋아, 한 손으로 사과를 터뜨릴 수 있는 고릴라 인간이다. 한편 쵸로마츠 씨는 너무 가벼운 몸을 지녀서 보기에도 무력할 것 같은데, 날뛰는 카라마츠 씨를 한 손으로 가볍게 끌고 간다.


「…이름? 제 이름 말입니까?」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니 누가 옆에서 몰래 귓속말을 했다. 반장님이었다.


「아, 응…저 사람, 네,…그, 반장님의 이름을 알고 싶은 모양이라」

「하아, 알아서 뭘 하는 걸까요」

「반장님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아. 그, 알려주면 기쁘겠어. 그럼 여기도 아마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대로라면 널 계속 마이 엔젤이라고 부를 거고」

「…방금도 생각했는데 저한테 하시는 말입니까?」

「계속 그렇게 부르고 있어」

「에…」


반장님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표정 그대로 눈을 깜빡였다. "마이 엔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라고 분노를 머금은 목소리가 날아온다. 카라마츠 씨다. "너나 빨리 와 똥꼬털 태워 먹고 싶냐!"라고 한 것은 쵸로마츠 씨였다. 부탁이라며 시선만으로 반장님에게 호소했다.


「저기!」


반장님이 큰 소리로 부르자 쵸로마츠 씨의 발길도 멈췄다. 앞을 향한 등이 돌아봤다.


「제 이름은 마츠노 이치마츠입니다. 그러니까, 저, 이상하게 부르지 말아 주세요」


그걸 듣고 방심한 듯이 멍때리던 카라마츠 씨의 등을 쵸로마츠 씨가 가볍게 찼다. 의식이 돌아왔는지 카라마츠 씨는 순식간에 눈을 반짝였다.


「이치마츠, 이치마츠인가! 좋은 이름이다! 이치마츠! 또 보러 오지!」

「하아…」

「또 과자를 사오겠다!」

「아, 그건, 좀 기쁠지도…」

「이치마츠 이치마츠 이치마츠 이치마츠~!」


몇 번이나 이름을 부르며 키스를 보내는 카라마츠 씨에게 쵸로마츠 씨는 "닥쳐!!!"라고 외쳤다. 그럼, 반장님께 고개를 숙이고 앞을 가는 둘의 뒤를 쫓는다. 카라마츠 씨는 쵸로마츠 씨에게 끌려가면서도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귀여워, 좋아한다, 어찌 사랑스러운 사람인가, 이게 사랑인 건가, 황홀한 모습으로 그런 말만 반복했다.




한달에 두 번 찾아오는 시찰에 카라마츠 씨와 나의 동행이 허가된 것은 보스 덕분이다. 카라마츠에게 모두 맡기는 건 불안하지만 동행 정도는 괜찮아. 지금처럼 할 일은 쵸로마츠가 해주면 난 딱히 상관 없다구?

이런 형을 남앞에 보이는 부끄러운 일은 두 번 다시 사양이라는 쵸로마츠 씨에게 보스는 그렇게 말했다. 보스는 재미있을 뿐이다. 카라마츠 씨의 사랑도, 쵸로마츠 씨에게 피해가 가는 것도.


그리고 한달에 두 번, 카라마츠 씨는 그 공장을 찾는다. 귀엽고 귀여운 반장님에게 줄 선물을 들고. 길들인 보람이 있는지 반장님도 카라마츠 씨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 같다. 또 오셨습니까? 라고 하면서도 음색과 표정이 부드럽다. 어쩌면 좀만 더 노력하면 잘되지 않을까, 나는 희미하게 사랑의 성취를 기대하고 있다.


「얘기 들어 보니까, 나도 희망이 있지 않나 생각했어~」


낮 회식, 보스가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이 평소 이런 자리에서 보스와 함께하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러나 카라마츠 씨가 반장님에게 사랑에 빠진 뒤 재밌으니까 말좀 해달라고 재미로 나를 식사에 초대하게 됐다.


「저, 정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가?!」

「응, 진짜 진짜」

「고, 고백하면, 받아줄까…!」

「오~, 받지 않을까? 해버려 해버려~!」


요란하게 휘파람을 부는 보스에게 카라마츠는 수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난 지금까지 이쪽 세계에 발들일 법한 여자랑만 사귀었는데, 어떠려나?」

「뭐가?」

「그 공장은 지금도 우리 거고, 전에도 그런 용도였는데 그 천사는 일반인이잖아?」

「…그렇지?」

「마피아랑 일반인이 잘될 수 있을까? 저쪽에 피해가 갈 수도 있고, 지켜주겠다 해도 그쪽이 사양할지도 모르잖아?」


보스의 말은 지당하다. 아주 제대로 된 말을 한다. 그러나 표정과 목소리는 히죽이고 있다. 샐러드 안에 있는 방울 토마토를 포크로 찍어 카라마츠 씨의 접시로 던졌다. 카라마츠 씨는 보스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한 모습으로 굳어 있었다.


「그, 그런 건가…?!」


카라마츠 씨의 떨리는 손에서 포크가 떨어졌다. 그릇에 부딪혀 테이블 위로 낙하한다. 포크 끝에 묻은 소스가 식탁보를 더럽혔다.


「에ー보통 그렇잖아? 마피아 같은 무서운 일 하는 놈이랑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해~? 반장님도 목숨이 아까울 거 아냐?」


우리의 보스는 사소한 언행으로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기술에 능숙하다. 포크로 파스타를 칭칭 감아 입안에 넣는다. 그 눈은 장난꾸러기 같았다. 또 귀찮은 일이 될 거라고 카라마츠 씨에게 힐끗 눈을 돌린다.


「…좋아, 직장을 옮기지」


잠시 놀란 카라마츠였지만 뜻을 정한 듯 강하게 말했다.


「하아?!」

「잠깐 신입사원용 정장을 사와다오. 또 타운●크 사원판도 사와 주지 않겠나」

「아니아니아니!」

「헬로워크가 이 근처에 있는가? 되도록 공장 근처에 있는 직장이 좋다만 마땅한 곳이 있을까…」

「잠, 잠깐 기다려주세요」

「엑셀을 못 해도 고용해줄지 불안하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잠, 보스도 웃지 말고!」

「마피아는 사표를 어떻게 내지…? 넌 알고 있나…?」


고지식하게 그런 말을 하는 카라마츠 씨를 보고 보스는 배를 잡고 웃었다. 보스가 패밀리 넘버2인 카라마츠 씨를 선뜻 놔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카라마츠 씨라면 마피아 말고도 다른 인생을 걸어갈 것 같아 불안을 부추겼다.


「아니아니 무리라고요! 사표라니! 뭐 하시려고요?!」

「일단 사무직일까…」

「진짜 무립니다. 카라마츠 씨한테 그런 건 안 맞아요. 엑셀은커녕 워드도 못 하고 PC 타이핑도 못 하고, 애초에 PC 전원 켜는 법도 모르고 전화 중개도 못 하고, 구구단도 못 하고, 머리 안 좋고」

「너 날 바보 취급하고 있지?!」

「바보 취급이 아니라 바보라고 하는 겁니다! 바보니까 무리!」

「그런 말하지 마…!」


그러나 본인도 생각은 있겠지, 팔짱을 끼고 뭔가 궁리하고 있다. 잠시 그러다가 떠올린 듯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보스가 상냥하게 "왜 그래?"하고 묻는다.


「그래! 내일 반장님에게 쿠키를 만들어 주자!」

「이직 얘기는 어떻게 된 거야…」

「응…? 이직…?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를 했군…?! 그런데 왜 옮기려고 했더라? 뭐 됐나! 지금 반장님의 얼굴이 떠올라서 말이지, 내일 만날 수 있겠어, 뭘 사갈지 생각했다만 애정을 듬뿍 담은 수제 쿠키를 가져가야겠군! 고양이 모양으로 하자!」

「하아…안 괜찮아요…」

「카라마츠 과자 만들기 좋아하는구만~」


보스는 이제 질렸는지 관심 없는 듯 잔에 남은 와인을 마셨다.





「정말, 이제 고백이든 뭐든 해주지 않을래…너 따라오는 거 엄청 귀찮아」


쿠키가 예쁘게 구워져 기분이 좋아진 카라마츠 씨를 쵸로마츠 씨는 미간을 찌푸리고 째려봤다. 건물 앞 작디작은 방에 드나드는 간수들이 튼튼한 보안을 버튼 하나로 해결했다.


「고, 고백이라니, 아직은 못 해…!」

「아니 벌써 반년인데? 반년 지났다고? 좀 남자답게 나와라 짜샤」

「그, 그래도…!」

「그래도는 개뿔,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동안 누가 데려간다고. 토도마츠처럼」

「윽…!」

「괜찮아? 모르는 놈이 반장님 데려가도」

「안 된다!」


카라마츠 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쵸로마츠 씨는 그럼 빨리 고백이든 유괴든 해, 라며 무서운 말을 하고 카라마츠 씨의 등을 찼다. 찬 순간 엄청난 소리가 들렸지만 괜찮을까. 차인 부분을 문지르면서 카라마츠 씨는 다짐하듯 선언했다.


「…조, 좋아, 알았다, 고백하지! 나는! 오늘! 반장님한테!」

「오오!」

「좋아, 빨리 고백하고 빨리 차여」

「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쵸로마츠…!」






「아, 안녕하세요」


응접실로 가자 거기에는 이미 반장님이 보였다. 쵸로마츠 씨가 공장장에게 이야기해준 모양이라, 카라마츠 씨가 오는 날에는 이렇게 부서에서 벗어나 시간을 내 준다. 카라마츠 씨가 먼저 오고 좀 늦게 반장님이 오는데 오늘은 반장님이 앞선 것 같다. 카라마츠 씨는 응접실 문을 열고 인사하는 반장님의 얼굴을 본 후 숨을 삼켰다. 그리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뭐 하시는 겁니까」

「아니, 지금부터…고, 고, 고백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긴장해서…」

「됐으니까 빨리 들어가주세요」

「여, 옆에 있어주지 않겠나」

「하아?!」

「혼자서는 불안해서 죽을 것 같아…」


항상 곧게 올라간 눈썹을 내리고 부탁해!하고 손을 모은다. 평소에는 카라마츠 씨의 시중으로 여기까지 오지만, 반장님과의 시간을 방해할 수도 없어 대개 문 너머에서 기다린다. 있어달라는 건 같이 안으로 들어가자는 거겠지.


「에에…괜찮지만…」

「정말인가?!」

「제가 있는데 고백하실 수 있습니까?」

「…나는, 차이는 게 정말 무섭다. 그래서 둘뿐이면 좋아한다고 못 할 것 같아. 기죽을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도망칠 것 같으면 때려다오」

「알겠습니다 전력으로 갈길게요」

「제발 부드럽게 차줘…내 몸은 꽤 섬세하다」

「총 세 발 맞아도 태연히 걷는 고릴라가 무슨 소리신지?」


문을 열라고 재촉받고, 손잡이를 잡는다. 잡아당기자 소파에 앉은 반장님과 시선이 마주쳤다.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는 반장님에게 속이듯이 살짝 웃는다.


「저, 반장님, 카라마츠 씨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예? 아아, 네…」


내 뒤에 숨듯이 붙어 있는 카라마츠 씨의 손을 잡고 앞으로 끌어냈다.


「아, 저, 그, 바, 반자, 반장님」

「네」

「…그」

「네」

「…그게…!」

「네」

「…무, 무리다, 어떡하지, 못 하겠어」


울먹이는 카라마츠 씨가 여길 보고 도와달라며 눈으로 호소한다. 됐으니까 말해! 엉덩이를 걷어차자 반장님이 놀란 듯이 흠칫했다.


「윽…! 마, 말 못 해…! 무서워…!」

「왜, 왜 그러세요 카라마츠 씨, 우시는 겁니까?」

「반장님 살려줘…난 너무 무서워서…!」

「그, 잘 모르겠는데, 힘내세요」

「바, 반장님…! 너무나 상냥하다…!」


카라마츠 씨는 눈물을 흘리며 반장님의 상냥함에 눈을 빛냈다. 힘내라! 힘내라! 목소리를 거는 반장님에게 말한다, 말한다, 할거니까! 라고 얼굴을 붉히며 당장 고백하려는 카라마츠 씨의 모습은, 재미를 넘어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여, 역시 안 된다 못 해…!…잠깐 손을 잡아주지 않겠나」

「에, 내가?!」


훌쩍훌쩍 우는 카라마츠 씨가 나를 보고 어린애 같은 일을 요구한다. 언제였는지, 그건 토도마츠 씨가 중학생이었을 때 치과에 간 적이 있었다. "무서워어, 저기, 손 잡아줘…계속 거기 있어야 해?!" 엉엉 흐느끼는 토도마츠 씨를 귀엽다고 생각하며 손을 꽉 잡아줬는데, 바로 그것과 일치한다.


「부탁이다…무서워서 못 참겠어…! 손 잡아다오…!」


그러나 토도마츠 씨는 당시 아직 중학생이고, 귀여운 외모였으니 나는 귀엽다 생각한 거고, 지금 눈앞에서 손잡기를 요구하는 사람은 나보다 큰 근육 바보 노답 고릴라다. 귀엽지도 않고 기분 나쁘다.


「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잡아 드릴까요?」


표정이 썩은 나를 봤는지 구조선을 내 준 것은 반장님이었다. 카라마츠 씨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허둥거렸다.


「아, 안 된다! 그러면 심장이 폭발해버려! 손에 땀도 있고! 부끄러워! 아니 그래도 이런 좋은 전개를 쉽게 넘겨도 되는 건가…?! 으으으으…!」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는 카라마츠 씨에게, 반장님도 알 수 없다는 듯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리고 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카라마츠 씨 어떻게 된 걸까요…괜찮으려나」

「응, 아마 안 될걸」


너랑 만났으니까.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카라마츠 씨가 그릉거리는 소리가 그쳤다. 고개를 들자 뜻을 정한 듯 반장님과 마주 봤다. 아무래도 드디어 결심한 것 같다. 이제 손을 잡을 필요도 없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등을 돌린 카라마츠 씨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그 등에서 긴장한 분위기가 전해졌다. 끌리는 것처럼 나도 두근거린다.


「…이, 이치마츄!」



우와! 혀 깨물었다!


「네, 네」

「조, 좋아한다!」


마, 말했다!

말했다! 카라마츠 씨가! 드디어!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 정말 좋아! 귀여워! 안고 싶어! 엉망진창으로 하고 싶어! 지금 당장 침대 위에서 귀여워해 주고 싶어!」


욕망에 충실하네 짜샤!

욕구를 솔직하게 말하는 카라마츠 씨에게 식은땀이 흘렀지만 반장님은 뺨을 붉게 물들였다. 카라마츠 씨의 귀도, 목도, 똑같이 붉게 물들어 있다.


「그, 그러니깟, 저, 저랑, 치, 친구부터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교환 일기부터 부탁드립니다!」


힘껏 말하고 오른손을 내밀면서 고개를 숙인다. 얼굴을 붉힌 반장님은 곤란한 듯이 눈썹을 내리고, 좀 방황하는 듯한 기색을 보인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 나, 거의 맨날 여기서 일해서…일기 써 본 적 없는데, 그래도 괜찮아…?」


거기냐!

태클 걸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 같지만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환희로 가슴이 떨렸다. 감동으로 숨이 막힐 것 같다. 시야가 눈물로 흐려진다. 그런 내 머릿속 BGM은 결혼 행진곡이었다. 카라마츠 씨 밑에 있어서 성급한 성격이 배어 버린 건지도 모른다.


구제불능 카라마츠 씨 앞에 천사가 나타난 지 반년, 겨우 봄이 찾아온 것이다.



사실 오르카도 잇고 할 말 많지만 데미안챕터만 쓰겠습니다.......솔직히 스샷이 없음.......ㅠ



진자데미안,,,너무귀엽고 루타비스친구들 사랑스러워..........

사실저는 루타비스 첨나올때 블러디퀸에 뭔가 더 설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암것도 안넣더라구요

개실망함.......지금까지 안풀어주더만.......아무것도 없었나봐요



진짜너무,,,,너무기여움 저 잡초

부기도 귀여워



짜식이 승부욕은 넘쳐가지고......아주 열정있는 아이야 데미안 너 랩 해보지 않을래?



개귀여움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

과자 도장깨기하는 내 친구........



예쁨



아 ㅈㄴ쓸말이 없네요 다 예쁨 귀여움 밖에 할 말이 없음

진짜그런걸 어케합니까?



하지만 우리 싸가지없는 데미안에게도 비밀이 있었으니.......




깜찍



우리 데미안은 알바를 10000000개정도 뛰는 개가정적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아니 알바를 그라고 많이하면 사람 죽것는데.......하튼 데미안 장하다!
근데 프스를 데벤저로 할걸 그랬을까요? 형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어서 슬펏습니다

ㅠ_ㅠ



이 대사 진짜 개공감갔음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왕싸가지 데미안 진짜 어울린다



귀여워...........



진자개빡처 이리나 언니 제발 졸업하지마세요. 유급해주세요제발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부기도유급해9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근디 이리나 혼자 3학년인가 그래도 아무도 존칭을 안붙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이카르트 목소리가 완전 대박입니다. 진자 성우분 누구신지 깜짝놀랐음

근데 보니까 반레온 성우분이시더라구요...........너무좋다......



우리친구들의 멋진 추억......

사랑해......애들아........



그리하여 공연날이 되엇습니다.

데미안 잡초 팬카페 있을듯



아글고 진자 군단장 개귀여워 ㅅㅄㅂ쇼뵷뵷ㅄㅅㅄㅄㅄㅄㅄㅂ

님들아 솔직히 프스 아카이럼 잘생기지 않았나요? 안경만 썼는데 더잘생겨짐

아카이럼 안경 쓰고 나왔으면 지금보다 팬10000000000명쯤 더 많앗겟다



ㅠㅠㅋㅋㅌㅋㅌㅌㅋㅋㅊㅋ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그너스개귀여워.



글고 한 2분정도 리듬게임을 합니다 먼가 밴드인 것도 그렇고 반도리 하는 느낌이었음 



화난 잡초



안돼요 언니.........저는 보고 싶었어요............



시그너스 이 목소리 너무사랑스러움 정말 여제님.아름다우세요 

시그너스 진짜 이때랑 머냐 블랙헤븐때까지만 해도 완전 애기였는데 지금은 너무나 멋진 사람이 돼버렸음,,,,,여제님의 성장이 곧 세계의 성장이죠머. 

근데 프스 나올때는 와대박이당 하고 깔앗었는데 사실 재미없어서 지웠거든요 근디 언제 다시 들어가보니까 데미안이라는 애기가 나와있었음,,,,, 저는 깜짝놀랐지요 분명 데몬 동생인 애가 군단장 취직해서 왔으니.........그뒤로 또 접고 인제 왔는데 히오메에서 난장판이 낫더라고요 하참나,,;; 

블랙헤븐은 지금 하는중입니당 2챕터남앗음 빨리 보고싶다. 근데 이런거를 하면 좋으면서도 기빨림



보상으로 이리나 밴드 의자를 얻었습니다.

ㅅㅂ진자너무좋은디 그냥 영구로 주면 안되나? 째째한 세상


하튼근데....프스 데미안은 곱씹을수록 한국 1차비엘캐릭의 정석같음,...

애가 알바를 왜할까요,,?돈이 없으니까하겠지 약간 가난하지만 밴드 같은 청춘요소 한나 넣고 까칠한 성격을 넣으면 그런 캐가 만들어지는 것 같네요. 아니왜 형 얘기는 하나도 없는거임?? 

 노란장판 감성이란 걸 인제 알겟다.......왜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데미안은 이해가 되네

우리데미안의 삶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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