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반

※모브 시점

※멋진 마피아 카라마츠는 없습니다

※위험한 일에 빠진 반장님을 카라마츠가 멋지게 돕는 일도 없습니다

※부하의 카라마츠 취급이 너무함

※뭐든지 허락하는 분 전용


*



「할 말이 있다」


언제였는지는 까먹었지만, 해외로 떠날 때 공항에서 "멋있어!"라며 카라마츠 씨가 흥분해서 충동구매한 것이었다. 취미 나쁜 선글라스 저편,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눈이 여길 가만히 바라봤다.


「뭡니까?」


순간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렸다. 평소에 바보 같은 얼굴만 하는 그 사람이 오늘은 무척 순진한 표정으로 나를 기다렸다. 뭔가 실수라도 했을까, 아니면 신경에 거슬리는 짓이라도 했을까. 후자는 짚이는 게 너무 많아서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형제 앞에서는 하기 뭐해서」

「네」


카라마츠 씨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허리를 펴더니 내게서 등을 돌렸다. 창문 너머를 보다 다시 숨을 내쉰다. 홱 등을 돌린 카라마츠 씨의 귀부터 목이 어렴풋이 붉게 물든 것을 깨달았다. 열이라도 나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 뭐야…소위 사랑 이야기다만」

「…네?」

「내 앞에 천사가 내려왔다…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사랑의 톱니바퀴!」

「가도 됩니까…?」




구제불능 카라마츠 씨에게 천사가 내려온 일


우리 패밀리 아래에 다른 소규모 패밀리가 들어온 것은 이미 몇년 전의 일이다. 우리의 우두머리가 지금의 보스로 바뀐 계기가 된 항쟁 때 거두었다. 그곳에 상당히 전부터 지금까지 은밀한 관계를 이어 온 공장이 있다. 이른바 블랙 공장으로 불리는 그곳은, 마피아에게 소모품인 총이나 탄환, 기타 정규 루트에서 쉽게 입수하기 힘든 무기류를 양산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꽤나 열악한 환경을 더 질 좋게 만들어 준다는 계획으로 개선한 것은 1년 정도 전이었다. 왜 내가 해야 하냐고 얼굴을 찌푸린 쵸로마츠 씨가 그 공장의 담당자가 되었다. 욕하면서도 보스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는 쵸로마츠 씨는 공장 책임자가 되어 설비 수리, 인권이 없는 시프트 스케줄 조직, 맛없는 식당 등 모든 것을 철저히 바로잡아 공장 직원에게 '쵸로마츠 님'으로 추앙받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쵸로마츠 님이라면 안겨도 좋아" "쵸로마츠 님이랑 눈 마주쳤어" 등 팬클럽 상태로 변한 모양이다.


쵸로마츠 씨는 시찰을 위해 그 공장에 정기적으로 얼굴을 내민다. 납기까지의 스케줄 확인, 설비 및 실제 완성된 물건 체크. 아무것도 없는 외진 숲 속에 있는 공장이다. 전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누추하고 공기가 안 좋다. 일부러 쵸로마츠 씨가 발을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부하들이 설득해도, 쵸로마츠 씨는 고개를 젓지 않았다.


쵸로마츠 씨가 없을 때는 그의 밑에 있는 사람이 얼굴을 내밀었지만, 그날은 모두 좀 큰일이기에 대타로 카라마츠 씨가 급하게 갔다. 카라마츠 씨는 스스로 나선 듯했다. 듣고 보니 "그치만 공장은 왠지 두근두근하잖나"라고 한다. 반짝반짝한 눈동자는 어린아이의 그것이었다.


입구 경비에게 쵸로마츠 씨 대신 왔다고 알리고, 안내하겠다는 제의를 거절해 정처 없이 방황하다가 미아가 됐다고 한다. 가도 가도 똑같은 풍경만이 이어지고 불안해서 "집 가고 싶어…"라고 울먹이다가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카라마츠 씨는 마피아 전투 때는 멋있지만 평소에는 그냥 유아다. 심부름도 제대로 못 하고, 길도 잃고, 사람한테 받은 건 의문도 없이 입에 넣어 버리고, 아무나 따라간다. 카라마츠 씨는 불안함과 무릎과 안면(얼굴부터 구른 듯)의 아픔에 마침내 울음을 쏟았다.


「으, 우우…」


그곳에 쓰러진 채 훌쩍훌쩍 우는 카라마츠 씨 앞에 천사가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풉, 촌스러」


기계 소리가 부지런히 울리는 가운데 뚝 떨어진 목소리. 문득 고개를 드니 거기에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차가운 눈으로 카라마츠 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이 카라마츠 씨가 말하는 '천사'다. 천사라니. 웃지도 못하겠네. 나는 태클을 못 걸었다.


「당신 뭐 해? 왜 우는 거야? 꼴사나워」

「하, 하지만,」

「…자, 일어나.…어라, 당신 마피아?…공장 어디로 데려다 줄까?」

「아, 아아! 고맙다!」


쭈그리면서 내민 손이 기쁘고, 손이 부드럽고 따뜻해 카라마츠 씨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것이렷다.




「한 번 더 만나고 싶어…그를 생각하면 고기가 넘어가지 않아…」

「아까 먹은 로스트 비프는 뭔데? 걘 고기 아니냐?」

「손, 부드러웠지이~…보들보들했어…」

「좀 들어!」


황홀한 모습으로 "천사"라고 생각하는 카라마츠 씨의 표정은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 기분 나쁘다. 그러나 이 사람은 내 생명의 은인이고, 상사고, 되도록 행복해졌으면 하는 사람이다. 카라마츠 씨 아래에 있는지 어언 7년, 이렇게 남에게 집착하는 발언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쵸로마츠 씨한테 부탁하는 게 어떱니까? 담당 바꿔주라고」

「그랬는데 안 된다고 했다…너한테 어떻게 맡기냐고…」

「아~…그럼 보스한테 부탁해보면…」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안 된다면 안 된다고」

「아~…, …포기하시는 게?」

「싫다!!」


힘차게 일어서 방안에 울리게 외쳤다. 포기라고 하지 말아다오, 간청하는 눈동자와 기세에 눌려 말문이 막힌다. 내가 제안했지만 카라마츠 씨가 쵸로마츠 씨 대타를 맡을 리는 없다. 머리가 텅 비었으니까. 사인해달라는 서류에 "잘 모르겠지만 내 사인을 갖고 싶다는 건가? 뭐 괜찮지"라고 적당히 자기 이름을 쓰는 사람이다. 게다가 자기가 스타인 줄 아는 화려한 놈.


「음…저도 부탁드려 볼게요…」

「아, 아아…! 고마워…!」

「아마 무리일 것 같지만…」

「포기하지 마! 할 수 있다! 너라면!」

「기대하지 마세요. 그렇게 기대에 찬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나는 쵸로마츠 씨가 좀 거북하다. 그래도 카라마츠 씨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맡겠다. 혼자서 설득할 자신도 없으니, 아무런 도움도 안 되겠지만 뭐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아니 가지 말까…? 생각하면서도 카라마츠 씨와 함께 그 사람의 방을 찾는다. 문을 열고,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쵸로마츠 씨는 "안 된다니까"라고 단언했다. 카라마츠 씨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통곡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말 안 해도 알지. 빨리 나가. 나 바빠」

「싫다! 네가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 따라다녀 주지! 네 있는 일 없는 일 전부 이웃에게 말할 거다! 토도마츠한테 너랑 아이돌 사진을 합성해달라고 해서 뿌려 주지!」


무슨 협박이냐. 더 마피아다운 협박은 없는 거냐…. 당황하면서도 엉엉 우는 카라마츠 씨를 달래려고 등을 토닥였다. 쵸로마츠 씨는 화난 듯, 짜증 내는 듯 여러 가지가 섞인 표정을 지으며 나잇살 먹고 울부짖는 형을 내려다 봤다. "진짜 뭐 하는 새끼지 얘…" 겨우 입이 열렸다.


「저기, 정말 계속 이러니까, 적어도 같이 데려가 주시지 않겠습니까」

「…에에…, 분명 완전 귀찮아지겠지…」

「지금도 충분히 귀찮고, 아마 이대로라면 더 귀찮아질 거고, 저도 짜증 나니까요, 부탁드립니다, 쵸로마츠 씨」

「하아……알았다고! 데려만 갈 거야!」

「저, 정말인가 쵸로마츠…!」


방 카펫에 이마를 박은 카라마츠 씨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보고 쵸로마츠 씨가 더럽다고 내뱉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나야말로 형 때문에 미안해…」


해냈다 해냈다 하고 혼자 떠드는 카라마츠 씨를 먼눈으로 바라보는 쵸로마츠 씨는, 우울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는 너무 기대돼서 한잠도 못 잤다」

「소풍 가는 꼬맹이냐」

「나 오늘 이상하진 않은가?!」

「항상 이상하니까 안심해주세요」

「향수는 뭐가 좋을까…?!」

「진짜 사람 말 더럽게 안 듣네! 됐으니까 간다!」

「아팟! 잡지 마! 쵸로마츠 살려다오! 정말 난폭한 부하군! 누가 길들였지?!」

「너라고!」


시간이 지나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카라마츠 씨는 제 방 옷장에서 화려한 셔츠나 양복 등을 꺼내고는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벌이고 있다. 가장 단순하고 (카라마츠 씨한테는) 수수한 양복을 입히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그럼 넥타이는? 넥타이 핀은? 향수는? 머리는? 신발은? 반지를 가져가는 게 낫나? 꽃다발도 필요한가? 둘의 사랑의 보금자리는 어디가 좋지? 신혼여행은? 라며 이것저것 복잡하긴커녕 진도가 너무 빨라서 무섭다. 식장까지 잡을 것 같다.


「그럼 난 둘러보고 올 테니까. 카라마츠를 부탁해, 절대 여기에서 나가게 하지 마」

「네」


안내된 응접실은 공장 외관으로는 상상도 못 할 깨끗한 구조였다. 기숙하면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주어진 방을 깨끗이 만들 때 여기도 같이 개장한 것 같다. 푹신푹신한 소파는 분명 비싼 거라고 곧 이해했다. 옆에서 "푹신푹신하군!"하고 지껄이는 카라마츠 씨는 아마 모르겠지.

왠지 불안한 표정의 공장장과 함께 쵸로마츠 씨는 방을 떠났다. 카라마츠 씨가 말하는 '천사'와는 사전에 만난 것 같다. 용건은 밝히지 않았지만 방으로 오라고 해뒀다고 쵸로마츠 씨가 말했다. 아무튼 이 방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그 천사인지 뭔지가 온다는 모양이다.


「어떡하지 긴장했다…」

「땀 엄청납니다」

「왠지 속이 안 좋아…」

「그렇게 처먹으시니까 그렇죠」


차가운 차를 단숨에 마신 동시에 방문이 끼익 소리를 냈다. 카라마츠 씨는 그 소리에 크게 움찔거리며 "힉!"하고 한심한 소리를 냈다. 순간 손에 있던 플라스틱 컵을 던져서 달그락하는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돌아보니 문이 천천히 열렸다.


「…실례합니다」


쭈뼛쭈뼛 얼굴을 내비친 남자는 카라마츠 씨의 얼굴을 보자마자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라, 당신…」


눌러쓴 모자 아래에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 풀린 것을 깨달았다. 카라마츠 씨는 눈앞의 천사에게 반한 것처럼 멍하니 바라봤다. 천사가 입고 있는 작업복은 군데군데 얼룩이 나 완전히 낡아 있다. 반장이라는 글자가 크게 써진 완장이 들어와 살짝 놀랐다. 아직 10대나 스무살 안팎일 나이다. 이 공장에서 반장이란 직책은 몇 명에게 주어진 것 같지만, 이런 젊은 아이가 반장을 맡고 있는 걸까.


「마피아가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 무슨 일이라도 한 줄 알고 놀랐는데」

「아…아…」

「당신이었구나」

「…아,」


아니 무슨 말좀 하라고. 가●나시냐. 카라마츠 씨는 얼굴을 붉혔지만 반장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긴장이 풀린 반장님이 안도한 것처럼 숨을 내뱉고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부스스한 뒤통수를 긁고, 소파와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건너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십니까?」


반장님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하지만 아직 어린 티가 남은 음색이었다. 작업복에 싸인 몸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소매에서 나온 손목은 아이처럼 가늘다. 뺨에는 석탄 같은 잡티가 붙어 있지만 피부는 눈처럼 하얗다.


「저, 저기, 그, 저번엔 고마웠다, 살았어」


가오●시가 된 카라마츠 씨가 겨우 사람으로 돌아와 과자 상자가 든 봉투를 내밀었다. 큰 종이봉투에는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온갖 과자가 쌓여 있다.


「답례로 이걸 가져왔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만」


쑥스럽게 웃는 카라마츠 씨를 보며 반장님은 의아해하면서도 봉투를 받았다. 봉투 안을 들여다보는 표정은, 카라마츠 씨의 "맛있는 과자를 많이 사왔어"라는 한마디로 활짝 밝아졌다.


「에, 과자? 괜찮아? 이렇게 많이…」

「아아, 전부 네게 주려고 사온 거다!」

「고, 고마워, 과자는 별로 못 먹어봐서…기뻐」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과자를 받았다고 알고 눈을 반짝이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아이였다. 이렇게 젊은데 반장이라는 위치에 올랐으니, 그만큼 여기에서 오래 일한 거겠지. 나도 어렸을 때는 가난해서 이와 비슷한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지만, 카라마츠 씨에게 구해져 패밀리에 들어갈 때까지는 과자는 한 번도 입에 대지 못했다. 분명 그는 지금 들고 있는 과자가 모두 최고급 브랜드 음식이리라고는 모를 것이다.


「고마워, 당신은 마피아인데도 좋은 사람이구나, 이런 걸 답례로 가져오다니」


봉투를 소중하게 끌어안는 모습은 확실히 귀엽다고 생각했다. 이런 소릴 하면 카라마츠 씨가 권총을 입에 넣을 테니 절대 말 못하지만.


「아니…,」


카라마츠 씨가 말을 더듬었다. 갑자기 일어나더니 나를 보고 턱 끝으로 문을 가리켰다. 나오라는 소리겠지. 쵸로마츠 씨가 "절대 나가게 하지 마"라고 한 것을 떠올렸지만 이 사람에게는 거스를 수 없다. 재촉받아서 허리를 들자 카라마츠 씨가 "잠깐 실례하지"하고 먼저 방을 나왔다.


「금방 오겠습니다」


반장님에게 말하고 카라마츠 씨의 뒤를 쫓아 방을 나왔다.





「좀 기다려줘…뭐지 저 귀여운 생물은」


카라마츠 씨는 벽을 짚고 남은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 천사다, 귀여워, 괴로워, 대단해, 그런 소리를 하면서 괴로운 듯이 얼굴을 붉혔다.


「…갖고 가면 안 되는가?」

「안 됩니다」

「열심히 돌볼게!」

「개나 고양이가 아닙니다. 당연히 무리지」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마침내 복도에서 떼를 쓰기 시작한다. 데리고 갈 거야! 내 신부로 할 거라고! 바둥바둥 날뛰면서 고집부리는 모습은 원하는 걸 못 사서 슈퍼에서 설치는 아이와 똑같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싫어 싫어로 대답하는 카라마츠 씨의 행동은 쵸로마츠 씨가 올 때까지 이어졌다.


「뭐 하냐 쿠소 차남!」


시찰을 마치고 공장장과 함께 돌아온 쵸로마츠 씨의 주먹이 카라마츠 씨의 머리에 떨어졌다. 카라마츠 씨의 머리가 움푹 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한 소리와 마귀 같은 형상에 바르르 떨 것 같았다. 아니 떨었다. 나와 공장장은 하나가 되어 파르르 떨었다.


「뭐 하는 거야 바보냐?! 창피하다고!」

「그, 그치만…!」

「됐으니까 간다 새꺄!!」

「기, 기다려다오…! 마이 엔젤과 좀 더 얘기할 시간을 줘…! 아직 이름도 못 들었다…!」

「시꺼!!!」


쵸로마츠 씨의 무자비한 손이 카라마츠 씨의 목덜미를 잡는다. 우리한테 볼일이 있는지, 아니면 소동을 들었는지 많은 직원이 멀리서 이 일을 보고 있었다. 그림자에서 조용히 여길 바라보는 젊은 남자들은 "쵸로마츠 님 멋있어…"라고 눈동자를 하트로 만들고 있다.


「저…왜 그러십니까?」


시끄러운 밖이 신경 쓰였는지 응접실에서 반장님이 나왔다. 팔 안에는 아직도 종이봉투가 안겨 있다. 반장님은 쵸로마츠 씨에게 끌려가는 카라마츠 씨를 보고 흠칫한 모습이었다. 싫어 싫어 싫어~하고 버둥거리던 카라마츠 씨도 반장님을 알아챘는지 조용해졌다.


「마, 마이 엔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버렸군…!」


얼굴을 붉게 물들인 카라마츠 씨는 수치로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상해서 나도 모르게 웃자 눈동자가 섭섭한 듯이 나를 노려봤다.


「마이 엔젤…?…저, 가시는 건가요?」

「아니! 가지 않아! 너와 계속 같이 있겠다! 앗, 나도 여기서 살면서 일할까?! 좋군! 나이스 아이디어다!」

「개소리하지 말고 가자고!!…미안해, 반장님」

「아, 아뇨…」


쵸로마츠 씨의 5억명 정도 사람을 죽인 듯한 흉악한 얼굴이 온화하게 바뀌었다. 눈썹을 내리고 난처한 미소를 짓자 반장님은 조금 겁먹은 듯이 눈을 피했다.


「아앗, 잡아당기지 마! 싫어, 아직 얘기도 못 했다!」

「그럼 죄송합니다, 또 다음 주에 올게요」

「쵸로마츠 듣고 있는 건가! 난폭한 녀석이군! 아, 잠, 이, 이름! 이름도 못 들었다!」


카라마츠 씨는 필사적으로 호소하지만 쵸로마츠 씨는 꼭 귀가 없는 것 같다. 카라마츠 씨는 패밀리 중에서도 상당히 체격이 좋아, 한 손으로 사과를 터뜨릴 수 있는 고릴라 인간이다. 한편 쵸로마츠 씨는 너무 가벼운 몸을 지녀서 보기에도 무력할 것 같은데, 날뛰는 카라마츠 씨를 한 손으로 가볍게 끌고 간다.


「…이름? 제 이름 말입니까?」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니 누가 옆에서 몰래 귓속말을 했다. 반장님이었다.


「아, 응…저 사람, 네,…그, 반장님의 이름을 알고 싶은 모양이라」

「하아, 알아서 뭘 하는 걸까요」

「반장님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아. 그, 알려주면 기쁘겠어. 그럼 여기도 아마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대로라면 널 계속 마이 엔젤이라고 부를 거고」

「…방금도 생각했는데 저한테 하시는 말입니까?」

「계속 그렇게 부르고 있어」

「에…」


반장님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표정 그대로 눈을 깜빡였다. "마이 엔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라고 분노를 머금은 목소리가 날아온다. 카라마츠 씨다. "너나 빨리 와 똥꼬털 태워 먹고 싶냐!"라고 한 것은 쵸로마츠 씨였다. 부탁이라며 시선만으로 반장님에게 호소했다.


「저기!」


반장님이 큰 소리로 부르자 쵸로마츠 씨의 발길도 멈췄다. 앞을 향한 등이 돌아봤다.


「제 이름은 마츠노 이치마츠입니다. 그러니까, 저, 이상하게 부르지 말아 주세요」


그걸 듣고 방심한 듯이 멍때리던 카라마츠 씨의 등을 쵸로마츠 씨가 가볍게 찼다. 의식이 돌아왔는지 카라마츠 씨는 순식간에 눈을 반짝였다.


「이치마츠, 이치마츠인가! 좋은 이름이다! 이치마츠! 또 보러 오지!」

「하아…」

「또 과자를 사오겠다!」

「아, 그건, 좀 기쁠지도…」

「이치마츠 이치마츠 이치마츠 이치마츠~!」


몇 번이나 이름을 부르며 키스를 보내는 카라마츠 씨에게 쵸로마츠 씨는 "닥쳐!!!"라고 외쳤다. 그럼, 반장님께 고개를 숙이고 앞을 가는 둘의 뒤를 쫓는다. 카라마츠 씨는 쵸로마츠 씨에게 끌려가면서도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귀여워, 좋아한다, 어찌 사랑스러운 사람인가, 이게 사랑인 건가, 황홀한 모습으로 그런 말만 반복했다.




한달에 두 번 찾아오는 시찰에 카라마츠 씨와 나의 동행이 허가된 것은 보스 덕분이다. 카라마츠에게 모두 맡기는 건 불안하지만 동행 정도는 괜찮아. 지금처럼 할 일은 쵸로마츠가 해주면 난 딱히 상관 없다구?

이런 형을 남앞에 보이는 부끄러운 일은 두 번 다시 사양이라는 쵸로마츠 씨에게 보스는 그렇게 말했다. 보스는 재미있을 뿐이다. 카라마츠 씨의 사랑도, 쵸로마츠 씨에게 피해가 가는 것도.


그리고 한달에 두 번, 카라마츠 씨는 그 공장을 찾는다. 귀엽고 귀여운 반장님에게 줄 선물을 들고. 길들인 보람이 있는지 반장님도 카라마츠 씨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 같다. 또 오셨습니까? 라고 하면서도 음색과 표정이 부드럽다. 어쩌면 좀만 더 노력하면 잘되지 않을까, 나는 희미하게 사랑의 성취를 기대하고 있다.


「얘기 들어 보니까, 나도 희망이 있지 않나 생각했어~」


낮 회식, 보스가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이 평소 이런 자리에서 보스와 함께하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러나 카라마츠 씨가 반장님에게 사랑에 빠진 뒤 재밌으니까 말좀 해달라고 재미로 나를 식사에 초대하게 됐다.


「저, 정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가?!」

「응, 진짜 진짜」

「고, 고백하면, 받아줄까…!」

「오~, 받지 않을까? 해버려 해버려~!」


요란하게 휘파람을 부는 보스에게 카라마츠는 수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난 지금까지 이쪽 세계에 발들일 법한 여자랑만 사귀었는데, 어떠려나?」

「뭐가?」

「그 공장은 지금도 우리 거고, 전에도 그런 용도였는데 그 천사는 일반인이잖아?」

「…그렇지?」

「마피아랑 일반인이 잘될 수 있을까? 저쪽에 피해가 갈 수도 있고, 지켜주겠다 해도 그쪽이 사양할지도 모르잖아?」


보스의 말은 지당하다. 아주 제대로 된 말을 한다. 그러나 표정과 목소리는 히죽이고 있다. 샐러드 안에 있는 방울 토마토를 포크로 찍어 카라마츠 씨의 접시로 던졌다. 카라마츠 씨는 보스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한 모습으로 굳어 있었다.


「그, 그런 건가…?!」


카라마츠 씨의 떨리는 손에서 포크가 떨어졌다. 그릇에 부딪혀 테이블 위로 낙하한다. 포크 끝에 묻은 소스가 식탁보를 더럽혔다.


「에ー보통 그렇잖아? 마피아 같은 무서운 일 하는 놈이랑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해~? 반장님도 목숨이 아까울 거 아냐?」


우리의 보스는 사소한 언행으로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기술에 능숙하다. 포크로 파스타를 칭칭 감아 입안에 넣는다. 그 눈은 장난꾸러기 같았다. 또 귀찮은 일이 될 거라고 카라마츠 씨에게 힐끗 눈을 돌린다.


「…좋아, 직장을 옮기지」


잠시 놀란 카라마츠였지만 뜻을 정한 듯 강하게 말했다.


「하아?!」

「잠깐 신입사원용 정장을 사와다오. 또 타운●크 사원판도 사와 주지 않겠나」

「아니아니아니!」

「헬로워크가 이 근처에 있는가? 되도록 공장 근처에 있는 직장이 좋다만 마땅한 곳이 있을까…」

「잠, 잠깐 기다려주세요」

「엑셀을 못 해도 고용해줄지 불안하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잠, 보스도 웃지 말고!」

「마피아는 사표를 어떻게 내지…? 넌 알고 있나…?」


고지식하게 그런 말을 하는 카라마츠 씨를 보고 보스는 배를 잡고 웃었다. 보스가 패밀리 넘버2인 카라마츠 씨를 선뜻 놔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카라마츠 씨라면 마피아 말고도 다른 인생을 걸어갈 것 같아 불안을 부추겼다.


「아니아니 무리라고요! 사표라니! 뭐 하시려고요?!」

「일단 사무직일까…」

「진짜 무립니다. 카라마츠 씨한테 그런 건 안 맞아요. 엑셀은커녕 워드도 못 하고 PC 타이핑도 못 하고, 애초에 PC 전원 켜는 법도 모르고 전화 중개도 못 하고, 구구단도 못 하고, 머리 안 좋고」

「너 날 바보 취급하고 있지?!」

「바보 취급이 아니라 바보라고 하는 겁니다! 바보니까 무리!」

「그런 말하지 마…!」


그러나 본인도 생각은 있겠지, 팔짱을 끼고 뭔가 궁리하고 있다. 잠시 그러다가 떠올린 듯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보스가 상냥하게 "왜 그래?"하고 묻는다.


「그래! 내일 반장님에게 쿠키를 만들어 주자!」

「이직 얘기는 어떻게 된 거야…」

「응…? 이직…?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를 했군…?! 그런데 왜 옮기려고 했더라? 뭐 됐나! 지금 반장님의 얼굴이 떠올라서 말이지, 내일 만날 수 있겠어, 뭘 사갈지 생각했다만 애정을 듬뿍 담은 수제 쿠키를 가져가야겠군! 고양이 모양으로 하자!」

「하아…안 괜찮아요…」

「카라마츠 과자 만들기 좋아하는구만~」


보스는 이제 질렸는지 관심 없는 듯 잔에 남은 와인을 마셨다.





「정말, 이제 고백이든 뭐든 해주지 않을래…너 따라오는 거 엄청 귀찮아」


쿠키가 예쁘게 구워져 기분이 좋아진 카라마츠 씨를 쵸로마츠 씨는 미간을 찌푸리고 째려봤다. 건물 앞 작디작은 방에 드나드는 간수들이 튼튼한 보안을 버튼 하나로 해결했다.


「고, 고백이라니, 아직은 못 해…!」

「아니 벌써 반년인데? 반년 지났다고? 좀 남자답게 나와라 짜샤」

「그, 그래도…!」

「그래도는 개뿔,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동안 누가 데려간다고. 토도마츠처럼」

「윽…!」

「괜찮아? 모르는 놈이 반장님 데려가도」

「안 된다!」


카라마츠 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쵸로마츠 씨는 그럼 빨리 고백이든 유괴든 해, 라며 무서운 말을 하고 카라마츠 씨의 등을 찼다. 찬 순간 엄청난 소리가 들렸지만 괜찮을까. 차인 부분을 문지르면서 카라마츠 씨는 다짐하듯 선언했다.


「…조, 좋아, 알았다, 고백하지! 나는! 오늘! 반장님한테!」

「오오!」

「좋아, 빨리 고백하고 빨리 차여」

「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쵸로마츠…!」






「아, 안녕하세요」


응접실로 가자 거기에는 이미 반장님이 보였다. 쵸로마츠 씨가 공장장에게 이야기해준 모양이라, 카라마츠 씨가 오는 날에는 이렇게 부서에서 벗어나 시간을 내 준다. 카라마츠 씨가 먼저 오고 좀 늦게 반장님이 오는데 오늘은 반장님이 앞선 것 같다. 카라마츠 씨는 응접실 문을 열고 인사하는 반장님의 얼굴을 본 후 숨을 삼켰다. 그리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뭐 하시는 겁니까」

「아니, 지금부터…고, 고, 고백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긴장해서…」

「됐으니까 빨리 들어가주세요」

「여, 옆에 있어주지 않겠나」

「하아?!」

「혼자서는 불안해서 죽을 것 같아…」


항상 곧게 올라간 눈썹을 내리고 부탁해!하고 손을 모은다. 평소에는 카라마츠 씨의 시중으로 여기까지 오지만, 반장님과의 시간을 방해할 수도 없어 대개 문 너머에서 기다린다. 있어달라는 건 같이 안으로 들어가자는 거겠지.


「에에…괜찮지만…」

「정말인가?!」

「제가 있는데 고백하실 수 있습니까?」

「…나는, 차이는 게 정말 무섭다. 그래서 둘뿐이면 좋아한다고 못 할 것 같아. 기죽을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도망칠 것 같으면 때려다오」

「알겠습니다 전력으로 갈길게요」

「제발 부드럽게 차줘…내 몸은 꽤 섬세하다」

「총 세 발 맞아도 태연히 걷는 고릴라가 무슨 소리신지?」


문을 열라고 재촉받고, 손잡이를 잡는다. 잡아당기자 소파에 앉은 반장님과 시선이 마주쳤다.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는 반장님에게 속이듯이 살짝 웃는다.


「저, 반장님, 카라마츠 씨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예? 아아, 네…」


내 뒤에 숨듯이 붙어 있는 카라마츠 씨의 손을 잡고 앞으로 끌어냈다.


「아, 저, 그, 바, 반자, 반장님」

「네」

「…그」

「네」

「…그게…!」

「네」

「…무, 무리다, 어떡하지, 못 하겠어」


울먹이는 카라마츠 씨가 여길 보고 도와달라며 눈으로 호소한다. 됐으니까 말해! 엉덩이를 걷어차자 반장님이 놀란 듯이 흠칫했다.


「윽…! 마, 말 못 해…! 무서워…!」

「왜, 왜 그러세요 카라마츠 씨, 우시는 겁니까?」

「반장님 살려줘…난 너무 무서워서…!」

「그, 잘 모르겠는데, 힘내세요」

「바, 반장님…! 너무나 상냥하다…!」


카라마츠 씨는 눈물을 흘리며 반장님의 상냥함에 눈을 빛냈다. 힘내라! 힘내라! 목소리를 거는 반장님에게 말한다, 말한다, 할거니까! 라고 얼굴을 붉히며 당장 고백하려는 카라마츠 씨의 모습은, 재미를 넘어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여, 역시 안 된다 못 해…!…잠깐 손을 잡아주지 않겠나」

「에, 내가?!」


훌쩍훌쩍 우는 카라마츠 씨가 나를 보고 어린애 같은 일을 요구한다. 언제였는지, 그건 토도마츠 씨가 중학생이었을 때 치과에 간 적이 있었다. "무서워어, 저기, 손 잡아줘…계속 거기 있어야 해?!" 엉엉 흐느끼는 토도마츠 씨를 귀엽다고 생각하며 손을 꽉 잡아줬는데, 바로 그것과 일치한다.


「부탁이다…무서워서 못 참겠어…! 손 잡아다오…!」


그러나 토도마츠 씨는 당시 아직 중학생이고, 귀여운 외모였으니 나는 귀엽다 생각한 거고, 지금 눈앞에서 손잡기를 요구하는 사람은 나보다 큰 근육 바보 노답 고릴라다. 귀엽지도 않고 기분 나쁘다.


「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잡아 드릴까요?」


표정이 썩은 나를 봤는지 구조선을 내 준 것은 반장님이었다. 카라마츠 씨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허둥거렸다.


「아, 안 된다! 그러면 심장이 폭발해버려! 손에 땀도 있고! 부끄러워! 아니 그래도 이런 좋은 전개를 쉽게 넘겨도 되는 건가…?! 으으으으…!」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는 카라마츠 씨에게, 반장님도 알 수 없다는 듯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리고 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카라마츠 씨 어떻게 된 걸까요…괜찮으려나」

「응, 아마 안 될걸」


너랑 만났으니까.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카라마츠 씨가 그릉거리는 소리가 그쳤다. 고개를 들자 뜻을 정한 듯 반장님과 마주 봤다. 아무래도 드디어 결심한 것 같다. 이제 손을 잡을 필요도 없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등을 돌린 카라마츠 씨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그 등에서 긴장한 분위기가 전해졌다. 끌리는 것처럼 나도 두근거린다.


「…이, 이치마츄!」



우와! 혀 깨물었다!


「네, 네」

「조, 좋아한다!」


마, 말했다!

말했다! 카라마츠 씨가! 드디어!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 정말 좋아! 귀여워! 안고 싶어! 엉망진창으로 하고 싶어! 지금 당장 침대 위에서 귀여워해 주고 싶어!」


욕망에 충실하네 짜샤!

욕구를 솔직하게 말하는 카라마츠 씨에게 식은땀이 흘렀지만 반장님은 뺨을 붉게 물들였다. 카라마츠 씨의 귀도, 목도, 똑같이 붉게 물들어 있다.


「그, 그러니깟, 저, 저랑, 치, 친구부터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교환 일기부터 부탁드립니다!」


힘껏 말하고 오른손을 내밀면서 고개를 숙인다. 얼굴을 붉힌 반장님은 곤란한 듯이 눈썹을 내리고, 좀 방황하는 듯한 기색을 보인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 나, 거의 맨날 여기서 일해서…일기 써 본 적 없는데, 그래도 괜찮아…?」


거기냐!

태클 걸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 같지만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환희로 가슴이 떨렸다. 감동으로 숨이 막힐 것 같다. 시야가 눈물로 흐려진다. 그런 내 머릿속 BGM은 결혼 행진곡이었다. 카라마츠 씨 밑에 있어서 성급한 성격이 배어 버린 건지도 모른다.


구제불능 카라마츠 씨 앞에 천사가 나타난 지 반년, 겨우 봄이 찾아온 것이다.